[김성원의 센터서클]CEO 조광래의 눈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기사입력 2015-12-21 21:36



"승격과 강등은 축구인 삶의 일부다." 독일 출신인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의 말이다.

승강제는 클럽 문화의 꽃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듯이 그라운드도 영원한 강자, 약자가 없다. 승격과 강등은 축구의 선순환 구조이자 숙명이다. K리그는 오랜 꿈이었던 승강제를 2013년 도입했다. 올해도 명암은 엇갈렸다. 1부인 클래식에선 부산과 대전이 강등됐고, 2부인 챌린지에서는 상주와 수원FC가 승격했다.

올해 승강 전쟁의 주연은 숱한 화제를 뿌린 수원FC였다. 챌린지 3위를 차지한 수원FC는 준플레이오프(PO)와 PO를 거쳐 승강PO에서 부산을 꺾고 클래식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반면 최대의 시련을 겪은 팀은 대구FC였다. 눈앞에서 승격을 놓쳤다. 3무1패를 기록한 정규리그 마지막 4경기에서 승점 1점만 더 보탰다면 챌린지 우승과 함께 1부에 직행할 수 있었다. 1위 상주가 안산과의 최종전에서 3대0이 아닌 2대0으로만 이겼더라도 골득실에서 앞서 승격의 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살얼음판 박빙의 승부였다. 그러나 대구의 꿈은 끝내 실현되지 않았다. PO에서도 마지막 기회가 있었지만 이미 기세가 꺾인터라 힘을 쓰지 못했다.

대구의 CEO인 조광래 대표는 승격에 실패한 후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입에 넣어 준 떡을 삼키기만 하면 됐었는데…." 그의 말에는 여전히 아픔이 느껴진다.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운명이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것이 축구다." 조 대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지역에선 이영진 감독의 거취를 놓고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지도자의 눈물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는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물론 구단 CEO로서, 축구인 선배로서 따끔한 조언은 했다. 승격에 실패한 후 첫 코칭스태프 회의였다. "수원FC가 그냥 승격을 했겠느냐. 훈련이 곧 경기다. 1년 훈련 과정을 지켜보면서 뭔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결국 마무리 과정에서 그게 나타났다.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훈련이 경기라는 인식을 하지 않으면 결코 승격은 쉽지 않다. 무조건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비록 승격은 실패했지만 대구는 클래식 구단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대구의 축구시계가 바뀌고 있다. 축구를 위해선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조 대표가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축구전용경기장 건립이다. 현재의 대구스타디움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건설돼 커도 너무 크다. 접근성이 뛰어난 시민운동장 주경기장이 축구전용구장으로 탈바꿈한다. 1만~1만5000석 규모의 반조립식 형태로 지어진다. 2018년 개막전 개장이 목표다. 축구전용경기장이 완공되면 대구의 축구 발전은 10년 이상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또 다른 그림도 설계 중이다. 경남FC 사령탑 시절 조 대표의 훈장은 '조광래 유치원'이었다. 윤빛가람 김주영 이용래 서상민 등의 재능을 폭발시켜 국가대표급 선수로 성장시켰다. 조 대표는 구단의 미래를 위해 겨울이적시장에서 유망주를 대거 영입했다. 내년 챌린지와 함께 R리그(2군)에도 출전한다. 조 대표는 "젊은 좋은 친구들이 많이 들어왔다. 챌린지 팀이라 안 오려고 하는 것을 부모님을 설득했다. 1군에 올라갈 때까지 2군 선수는 내가 직접 관리한다고 했다. 당분간 2군 훈련 프로그램은 직접 짤 계획"이라며 웃은 후 "R리그에 참가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이다. 육성이 없는 팀은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1군도 체질개선이 한창이다. 변화가 불가피하다. 주포인 조나탄은 재계약이 어렵다. 외국인 선수를 비롯해 몇몇 포지션에 변화를 줄 계획이다. FC서울의 최정한과 이재권은 영입하기로 이미 합의했다. "승격 전쟁은 가면 갈수록 쉽지 않다. 클래식에 있는 선수들이 많이 내려온다. 챌린지도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조 대표의 말에서 긴장감도 읽을 수 있다.


대구는 2013시즌에서 2부로 강등됐다.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챌린지 무대를 누벼야 한다. 조 대표는 지난해 9월 대구에 둥지를 틀었다. 지도자가 아닌 CEO로 변신했다.

대구의 진일보한 변화는 K리그의 또 다른 축복이다. 올 시즌 조 대표의 눈물은 내년을 위한 밀알이 될 것으로 보인다. 1부로 승격해 이듬해 곧바로 2부로 추락하는 '반짝 승격'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

조 대표는 분명 큰 걸음을 걷고 있다. 또 다시 승격 도전이 막이 오른다. 동시에 대구 축구의 백년대계를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그의 '장인 정신'은 축구계 전체가 공유해야 할 철학이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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