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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함을 보여라."
프로선수의 꿈을 좇는 '축구 미생(未生)'들의 경쟁이 뿜어낸 열기 때문이다. 부산은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된 이후 대대적인 전력 개편을 위해 신인선수 공개 테스트를 통해 '진주찾기'에 나섰다.
지난 14일 서류 접수를 끝낸 부산 구단은 당초 16∼18일 3일에 걸쳐 본선 실기 테스트를 통해 합격자를 추릴 예정이었다. 한데 전형 일정이 연기돼 21일이 돼서야 최종 후보자를 놓고 테스트를 가졌다.
경쟁의 세계는 냉혹한 법. 생존 경쟁률이 100대1에 달한다. 21일 최종 테스트에 38명이 올라와 마지막 경합을 벌였고 이 가운데 3∼5명만 합격증을 받게 된다.
특히 이번 테스트에는 축구스타 안정환이 감독 역할을 맡아 이끈 TV 예능 프로그램 '청춘FC'에서 인지도를 높였던 이웅재와 염호덕이 도전장을 던져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들마저도 다른 쟁쟁한 '미생'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게 됐다. 이웅재는 서류심사를 통과해 비공개 예비 테스트에는 참가했지만 본선 테스트에는 참가하지 않아 일찌감치 탈락했다.
부산 구단은 "이웅재의 경우 개인적인 사정으로 테스트에 참가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염호덕은 본선 테스트에 여러차례에 걸쳐 참가하며 검증기회를 얻었다. 염호덕에 대한 테스트 횟수가 자꾸 늘어났다는 것은 한눈에 쏙 들어올 만큼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청춘FC'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선수라 구단에서도 기대감이 컸지만 정작 최영준 부산 감독의 눈도장은 쉽게 받지 못했단다.
구단과 최 감독의 신인선수 선발 기준이 그만큼 철저하기 때문이다. 부산이 이번 신인선수 테스트에서 가장 중요시한 평기 기준은 '절실함'이었다.
어차피 응시자들 대부분이 엘리트 선수 경험이 있고, '공 좀 찬다'는 소리를 듣는다. 생각지도 못했던 엄청난 '숨은 물건'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기량에 치우칠 필요가 없었다. 부족한 기량은 프로선수가 돼서 키워나가도 된다.
하지만 마음가짐은 주입한다고 갖춰지는 게 아니다. 테스트에 도전할 정도면 스스로 단단히 무장하고 보여줘야 한다. 이른바 겉멋이 든 선수, 공을 예쁘게 차려고 하는 선수는 좋은 점수를 주지 않기로 했다.
축구가 자신에게 얼마나 절실한지, 패기와 깡으로 무장한 선수는 테스트 과정에서 뛰는 걸 보면 알 수 있다는 게 구단의 설명이다.
부산 구단 관계자는 "최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에 맞는 선수를 뽑아야 한다. 최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은 당장의 화려한 기술보다 축구를 통해 간절함을 보여주는 선수다"면서 "염호덕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은 올 시즌 근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많이 들었다. 두 번 다시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부족했던 부분부터 보강해야 한다. 신인선수 테스트가 신중에 신중을 더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