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36년만에 첫 성인팀 지휘봉 잡는 '비선수인' 이도영 감독

최종수정 2015-12-25 00:20


한국 스포츠는 꽤 보수적인 무대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 아니면 지도자를 맡기가 쉽지 않다. 프로에서 활약했거나, 최소한 성인무대에서 뛴 경험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도영 감독(54)은 돌연변이다. 실업무대는 커녕 대학에서도 뛰지 못했던 이 감독은 K3 챌린저스리그 화성FC 감독직에 올랐다. 프로팀은 아니지만 선수로 족적을 남기지 못했던 이가 성인팀 지휘봉을 잡았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 감독은 올해로 지도자 생활 36년차의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첫 발은 고3 때였다. 유망주였던 이 감독은 중동고 시절 허리를 다쳤다. 선수생활을 이어가지 못할 정도의 큰 부상이었다. 낙심한 이 감독은 고향 통영으로 낙향했다. 새로운 길이 열렸다. 치료하면서 모교 유영초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말그대로 천직이었다. 기본기를 강조한 이 감독의 철학은 유소년에게 딱이었다. 이 감독은 통영유영초를 시작으로 중동중, 수원공고, 청주운호고, 창원대방중, 함안함성중 등을 지도했다. 김도훈 박충균 김상훈 여민지 등이 그가 키운 제자다.

아이들을 지도하며 지도법에 대한 갈증을 느낀 이 감독은 공부를 이어나갔다. 대한축구협회 혹은 대한체육회가 실시한 지도자 강습을 빼먹지 않았다. 그는 C, B, A, P라이센스를 가장 먼저 받은 지도자다. 2008년에는 자신같은 고민을 한 후배 지도자들을 위해 대한축구협회 강사로 활약했다. 꼼꼼하게 정리한 그의 훈련법은 P코스를 거친 지도자들에게는 바이블과도 같았다.

유소년만을 전담한 이 감독에게 2009년 11월 지도자 인생 2막이 열렸다. 2000년 강습회를 함께하며 인연을 쌓은 박경훈 감독이 제주 지휘봉을 잡으며 이 감독에게 수석코치직을 제안했다. 처음으로 성인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처음에는 반대도 많았지만, 열정적이고 분석적인 이 감독의 지도는 제주를 바꿨다. 제주는 2010년 준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이후 제주는 목표로 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 감독 스스로는 성인선수들에게도 자신의 지도법이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제주에서 물러난 후 협회 강사로 일하던 그에게 코치직 제안이 쏟아졌다. 이 감독은 의사결정을 스스로 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거절했다. 마침내 성인팀을 이끌 기회가 왔다. 화성의 지휘봉을 잡으며 지도자 인생 3막이 열렸다. 36년만의 일이다.

이 감독은 크지 않은 무대지만 원없이 자신만의 축구를 펼치고 싶다고 했다. 그러다보면 분명 꿈에 그리는 K리그 감독직에도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지도자들에게 많은 응원을 받고 있다. 이들을 위해서도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며 "나만의 축구를 하겠다. 그간 경험은 충분히 쌓았다. 비선수인 출신의 무리뉴나 비야스 보아스 감독처럼 성공한 감독이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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