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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는 꽤 보수적인 무대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 아니면 지도자 하기가 쉽지 않다. 아니면 프로에서 활약했거나, 최소한 성인무대에서 뛴 경험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을 지도하며 지도법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기본기를 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공부를 시작한 배경이었다. 이론서를 독파했다. 먼길도 마다하지 않으며 대한축구협회 혹은 대한체육회가 실시한 지도자 강습을 빼먹지 않았다. 그는 한국축구에서 C, B, A, P라이센스를 가장 먼저 받은 지도자다. 다행히 차별은 없었다. 오히려 풍부한 경험과 이론을 지닌 이 감독 주변에는 질문하려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들로 항상 북적였다. 2008년에는 자신같은 고민을 한 후배 지도자들을 위해 대한축구협회 강사로 활약했다. 꼼꼼하게 정리한 그의 훈련법은 P코스를 거친 지도자들에게는 바이블과도 같았다.
유소년만을 전담한 이 감독에게 2009년 11월 지도자 인생 2막이 열렸다. 2000년 강습회를 함께하며 인연을 맺은 박경훈 감독이 제주 지휘봉을 잡았다. 이 감독을 만날때마다 "언젠가 내가 감독이 되면 함께 일을 하자"고 말했던 박 감독은 곧바로 이 감독에게 수석코치직을 제안했다. 처음으로 성인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축구는 같았다. 열정적이고 분석적인 이 감독은 제주를 바꿨다. 기본을 강조한 이 감독의 지도 아래 아기자기한 패싱게임을 장착한 제주는 2010년 준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이 후 제주는 목표로 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 감독 스스로는 성인선수들에게도 자신의 지도법이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