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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우승 상금이 150만달러(약 18억5000만원)에서 300만달러(약 37억원)로 두 배나 치솟았다.
이 때문일까. ACL은 '권력의 암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힘의 균형이 계속해서 동아시아로 쏠리자 아시아축구연맹(AFC)의 키를 쥔 서아시아가 칼을 댔다. 2012년까지 결승전은 단판 승부였지만, 2013년부터 홈 앤드 어웨이로 바뀌었다. 그래도 균형이 깨지지 않자 2014년부터는 4강전까지 동아시아와 서아시아가 분리, 운영되고 있다. 동아시아와 서아시아는 결승에서만 만날 수 있다.
그래도 룰은 룰이다. 2016년 ACL 지존경쟁이 드디어 시작된다. 본선인 조별리그(32강전)가 23일과 24일 첫 발을 뗀다. 32개팀이 8개조(서아시아 A~D조, 동아시아 E~H조)에 묶였다. 각 조 1, 2위가 16강에 오르며, 이후 홈 앤드 어웨이를 축으로 한 토너먼트로 연결된다.
K리그는 ACL과 인연이 깊다. 2009년을 필두로 5회 연속 ACL 결승 무대에 올랐다. 2009년 포항, 2010년 성남, 2012년 울산이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2011년 전북, 2013년 서울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ACL 전신인 클럽 챔피언십을 포함해 무려 10차례나 패권을 거머쥐었다. 최다 우승국이다.
그러나 치열해지는 경쟁과 함께 '쩐의 전쟁'이 극에 달하면서 ACL 벽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14년 서울의 4강, 2015년 전북의 8강이 K리그 최고 성적이다.
K리그는 올해 다시 한번 아시아 챔피언을 노린다. 그러나 더 이상 수년 전의 환희만 떠올리면 안된다. 첫 관문인 조별리그부터 험난하다. 한-중-일 축구의 극한 대립이 기다리고 있다.
거대한 자본을 앞세운 중국 축구의 팽창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간판인 광저우 헝다는 2013년에 이어 지난해 ACL을 제패했다. 이적시장은 지구촌 축구를 흔들고 있다. 전북과 한 조에 속한 장쑤 쑤닝은 알렉스 테세이라와 하미레스를 각각 이적료 5000만유로(약 667억원), 2800만유로(약 376억원)에 영입했다. 포항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격돌하는 광저우 헝다도 잭스 마르티네스를 4200만유로(563억원)에 품에 안으며 '큰 손'의 위력을 이어갔다. 서울과 맞닥뜨리는 산둥 루넝은 지우(이적료 1000만유로·134억원), 수원과 만나는 상하이 상강은 엘켄손(이적료 2000만유로·376억원)을 각각 수혈했다.
일본도 ACL에 거는 기대가 높다. 일본축구협회(JFA)는 지난해 ACL에 나서는 J리그 팀들에 특별지원책을 냈다. 2014년 본선에 오른 4개팀 모두 16강에서 탈락하는 굴욕을 맛봤지만, 지난해에는 감바 오사카가 16강에서 서울, 8강에서 전북을 제압하며 4강에 진출했다. 지원책은 올해도 이어진다. JFA는 AFC와 별도로 조별리그부터 승리수당과 일부 원정 교통비를 지급하고 있다. 또 별도로 분석관을 파견해 팀의 전력 강화에 도움을 손길을 보내고 있다.
K리그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환경이 열악하다. 전북과 서울이 겨울이적시장에서 활발한 영입으로 보강했지만 '쩐의 전쟁'에선 명함도 못 내민다. ACL을 바라보는 팬들의 열기 또한 비교가 안된다.
결국 고독한 길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K리그의 숙명이다. 다만 ACL은 K리그가 부활할 수 있는 탈출구다. 조별리그, 16강전 등과는 달리 국내에서 열린 ACL 결승전에서 4~5만명의 관중이 몰린 것은 잊어선 안된다.
결전의 날이다. 희망과 믿음도 있다. K리그의 풍부한 경험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지난해 ACL에 출전한 K리그 4개팀은 모두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올해는 전북, 서울, 수원, 포항이 대한민국의 대표팀이다. 그들의 행보가 즐거웠으면 한다. 유쾌한 도전으로 한-중-일의 클럽 축구 전쟁에서 꼭 살아남기를 바란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