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했던 수원 삼성, 점차 희망이 보이는 이유

기사입력 2016-02-24 18:50


수원 주장 염기훈(왼쪽)이 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감바전 기자회견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수원=최만식기자



"조금씩 희망이 보이네요."

수원 삼성 관계자들은 요즘 들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다.

한동안 암담했던 겨울이 지나고 2016년 시즌이 다가오면서 작은 희망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원은 우울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2015년 시즌이 끝난 뒤 GK 정성룡 오범석 서정진, 카이오 등 이탈자들이 줄이은 반면 딱히 내세울 보강이 없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옛말이 피부에 와닿았다.

선수단을 책임져야 하는 서정원 수원 감독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국내 전지훈련에서 좀처럼 웃지 못했던 그는 최근 스페인으로 막바지 전지훈련을 떠날 때까지도 걱정 가득했다.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이나 동계훈련을 시작하면서 걱정이 많았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구단과 서 감독의 화법이 바뀌고 있다. 조금씩 긍정적인 표현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본격적인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명가는 이대로 죽지 않는다'는 청신호인 셈이다.

베테랑들이 다시 뭉쳤다

수원에 희망을 밝히는 선봉은 뭐니뭐니해도 주장 염기훈(33)이다. 염기훈은 지난해 시즌 시작하기 전 "요즘 유난히 컨디션이 좋다"고 말한 적이 있다. 으레 새 시즌을 앞둔 베테랑의 '립서비스'인 줄 알았다. 하지만 염기훈은 2015년 K리그에서 8골-17도움, ACL 무대서도 2골-5도움을 기록하며 도움 2관왕을 했다. 그의 프로 경력 10년 동안 한 시즌 최다 도움이었다. 염기훈의 부활에 축구팬들도 환호했다. 그랬던 그가 올 시즌엔 업그레이드된 전망을 내놨다. "작년보다 몸 상태가 더 좋다. 개인적으로도 올해 기대가 된다"는 것이다. 주장 염기훈이 힘차게 앞장 선 가운데 '역전의 용사'들이 뒤를 받친다. 2008년 수원 우승을 이끌었던 조원희 백지훈 양상민 박현범이 다시 뭉쳤다. 기존 백지훈 양상민에 조원희(재입단)와 박현범(군제대)이 합류했다. 여기에 이정수까지 가세키로 해 '어게인 2008'을 외쳐도 좋을 상황이 됐다. 무엇보다 서 감독을 든든하게 한 것은 이들 베테랑의 '애사심'이다. 서 감독은 복귀 선수들에 대해 "다른 좋은 것을 뿌리치고 우리팀에 돌아왔다. 워낙 수원 삼성을 좋아하고 애착이 강하기 때문에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돌아온 '용사'들이 예전 기량을 여전히 발휘하느냐를 떠나 '애사심'으로 의기투합한 것만으로도 후배들에게 자극이 되고 팀 전체에 동기유발이 될 수 있다.

후배들도 따라갑니다

선배가 앞장서고, 후배들이 잘 따라와 준다면 이보다 좋은 '신-구조화'가 없다. 서 감독이 스페인 전지훈련을 마치면서 가장 만족했던 부분이 신인들의 재발견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신인 선수들이 좋은 장면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경기에 바로 투입해도 손색이 없을 만한 선수들이 나온 것에 좋은 무기를 하나 더 장착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서 감독은 신인들에 대한 기대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수원은 이번에 신인 8명을 선발했다. 이들 가운데 고승범 문준호를 제외하고 6명이 수원 유스팀인 매탄고 출신이다. 고교 동창-선·후배로 얽힌 이들은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한다. 특히 공격수 김건희(21)는 대학(고려대)시절부터 명성을 떨친 차세대 스트라이커다. 동계훈련에서도 원톱으로 중용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경미한 부상으로 인해 24일 감바 오사카전에 정상 출전하지 못한 것을 구단측이 몹시 아쉬워 할 정도로 '믿을 맨'이 됐다. 여기에 수원의 현존 에이스이자 매탄고 출신인 권창훈(22)이 후배 라인의 선봉에 서있다. 신인들과 비슷한 또래인 권창훈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신인들에게 커다란 자극제가 된다. '기대이상' 합격점을 받은 젊은피를 보유한 수원. 서서히 희망이 보인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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