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고요했던 광저우, 무관중은 포항편이었다

기사입력 2016-02-24 22:25


광저우(중국)=박찬준 기자

광저우 헝다의 홈경기장인 톈허 스타디움은 열광적인 분위기로 유명하다.

중국 슈퍼리그 최강팀 답게 홈팬들의 성원도 대단하다. 평균 관중이 4만6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이 지르는 '짜요(힘내)'는 상대팀의 혼을 빼놓는다. 원정팀의 무덤이라 할만 하다.

하지만 24일 포항과의 201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리그 1차전이 펼쳐진 톈허 스타디움은 고요했다. 팬들의 함성 대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의 고함 소리만이 울려펴졌다.

무관중징계 때문이었다. 아시아축구연맹은 3일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해 11월 21일 홈에서 열린 알 아흘리(아랍에미리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에서 규정을 위반한 광저우에게 201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첫 경기 무관중 징계 처분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광저우는 결승 2차전 당시 유니폼 가슴에 대회 후원기업인 일본 닛산자동차의 현지합작기업 '둥펑닛산'의 로고가 아닌 팀의 모기업 그룹계열 보험사 로고를 달고 뛰었다. 또 알 아흘리의 비공개훈련 장면을 무단으로 촬영했을 뿐 아니라 우승 후 세리머니 과정에서 자신들의 스폰서 로고를 붙인 2층버스를 경기장에 들여오는 등 다수의 규정을 위반했다.

경기 전 스콜라리 감독은 "징계는 선수단, 팬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광저우는 이미 아시아축구연맹에 벌금을 받았다. 그런데 아무 잘 못 없는 팬들과 선수들에게 무관중 징계가 내려진 것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주장' 정쯔는 "경기장 밖에서 지켜볼 팬들을 위해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포항의 속내는 달랐다. 최진철 감독은 "무관중 경기가 포항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2012년 인천과의 경기에서 무관중 경기를 경험한 문창진은 "중국팬들이 시끄럽다. 이를 겪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득"이라고 했다.

포항의 예상대로 였다. 200여명의 광저우 스폰서들이 열심히 '짜요(힘내)'를 외쳤지만 기존의 열광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었다. 홈팬들의 응원을 잃은 광저우 선수들은 날카롭지 못했다. 팬들은 불리한 상황에서 야유를 보냈지만 원정팀 포항을 흔들 정도는 아니었다. 포항은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결국 포항은 0대0으로 비기며 적지에서 귀중한 승점 1점을 챙겼다.


광저우(중국)=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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