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론'에 격분한 벵거 감독, 이유는?

기사입력 2016-03-08 17:59


ⓒAFPBBNews = News1

"나는 내 일을 할 뿐이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이 격한 감정을 토해냈다. 벵거 감독은 8일(한국시각) 2015~2016시즌 FA컵 기자회견에서 감독으로서의 자질을 묻는 질문을 받았다. 벵거 감독은 "이 같은 질문 받는 것에 질렸다"며 "나는 내 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소 격앙된 어조로 "구단주가 나에게 오랜 기간 일을 맡기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했다.

아스널은 최근 4경기에서 1무3패로 부진하고 있다. 레스터시티(승점 60)와 선두경쟁을 펼쳤던 아스널(승점 52)은 토트넘(승점 55)에 밀려 3위로 떨어졌다. 5위 웨스트햄(승점 49)과의 차이가 근소하다. 아스널은 자타가 공인하는 명문구단이다. 그러나 무패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재패했던 2003~2004시즌 이후 10년 넘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벵거 감독은 19년 동안 팀을 이끌고 있다. 벵거 감독은 아스널에서 리그 우승 3회, FA컵 우승 6회를 포함 총 15번의 우승을 맛봤다. 하지만 부족하다는 평가다. EPL에서 오랜 기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니 지적이 나올 만도 하다. 그렇다면 벵거 감독이 말한 '내 일'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현대축구는 단순한 스포츠의 경지를 넘어섰다. 산업화를 이뤘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오간다. 그 중에서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단연 독보적이다. EPL은 지난해 2월 영국 스포츠채널 스카이스포츠, BT스포츠와 2016~2019시즌 영국 내 EPL 중계권 계약을 했다. 중계권료가 자그마치 51억3600만파운드(약 8조8000억원)에 이른다. 돈이 된다는 이야기다. 해외자본가들이 EPL의 시장가치에 주목했다. 대다수 EPL 구단에 해외자본의 손이 뻗쳤다. 목적은 수익이다.

축구 산업화와 더불어 다른 유형의 감독이 생겨났다. 지도자인 동시에 경영자를 겸하는 감독이다. 구단의 재정까지 고려한다. 벵거 감독이 대표적인 사례다. 벵거 감독은 무수한 비판에도 선수영입자금을 늘리지 않는다. 아무리 능력있는 선수라도 연봉이 과하다고 판단하면 미련없이 작별한다. 어린 선수를 육성해 비싼 값에 파는 것도 벵거 감독의 과업이다.

벵거 감독은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적어도 경영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 축구 재정 전문 블로그 스위스 럼블에 따르면 아스널의 현금 보유량은 1억5900만파운드(약 2732억원)다. 세계 최고다. 맨유(약 2673억원), 레알 마드리드(약 1439억원) 등 유수의 구단들을 뛰어 넘었다.

벵거 감독은 비록 오랜 기간 EPL 우승컵을 들지 못했지만 꾸준히 유럽챔피언스리그(UCL)에 진출했다. UCL은 꿀단지다. 리그 4위로 UCL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승리하면 150만파운드(약 26억원)를 수령한다. 조별리그 진출 시 기본적으로 900만파운드(약 154억원)를 보장받는다. 조별리그에서 승리하면 110만파운드(약 19억원), 무승부시 38만6000파운드(약 7억원)를 얻는다. 2500만파운드(약 429억원) 규모의 TV중계권 수익 분배금도 받는다. 벵거 감독은 아스널을 이끌고 무려 16년 연속 UCL 무대를 밟았다. '자격론'에 격분한 이유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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