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개막 D-2]'2강 혈투, 슈퍼매치·수원 더비' 주목

기사입력 2016-03-09 18:34



'더비'는 전쟁이다.

경마에서 유래된 '더비(Derby)'는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는 두 팀의 라이벌 경기를 뜻한다. 맨유와 맨시티의 맨체스터 더비, 아스널과 토트넘의 북런던 더비, AC밀란과 인터밀란의 밀라노 더비 등이 세계 최고의 더비로 꼽힌다. 더비의 분위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더비가 열리는 일주일 내내 경기장 안팎에서 뿜는 열기로 들썩인다. 경기 당일은 축구장이 전쟁터로 변신한다. 카드가 난무하고 팬들도 곳곳에서 충돌한다. 경기 후에도 여운은 계속된다. 한경기 한경기가 다 중요하지만 더비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처럼 더비는 풍성한 스토리를 만들고, 팬들의 관심을 유발시킨다.

K리그 개막 특집 시리즈 4탄으로 '더비'와 함께 올 시즌 '키워드'를 조명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은 그 어느때보다도 풍성한 더비의 향연이 펼쳐진다. '수원 더비'부터 '슈퍼매치'까지. 무려 10개의 더비가 올 시즌을 수놓는다. 라이벌전은 많을수록 좋다. 더비가 만들어낼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벌써부터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수원FC의 승격, '진짜 더비'의 시작

시작은 수원FC의 승격이었다. 수원FC의 클래식 입성으로 K리그도 '진짜 더비'를 갖게 됐다. 1996년 서울을 연고로 하던 일화, 유공, LG가 각각 천안, 부천, 안양으로 연고지를 바꾸면서 K리그에는 한 도시에 두개의 클럽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원FC가 승격하며 한 도시의 수원FC와 수원 삼성이 펼치는 '수원 더비'가 열린다. 수원 삼성이 홈으로 쓰는 수원월드컵경기장, 수원FC가 홈으로 쓰는 수원종합운동장은 자동차로 20분이 채 안 된다. 시민구단-기업구단, 승격팀-전통의 강호 등 너무나 대조적인 '다윗' 수원FC와 '골리앗' 수원 삼성이 만들어낼 스토리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역사적인 첫 '수원 더비'는 5월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신입생 수원FC는 또 다른 더비의 주인공이 됐다. 성남FC와의 '깃발 더비'다. '깃발 더비'는 성남FC의 구단주인 이재명 시장의 도발로 시작됐다. 이 시장은 SNS에 수원FC를 도발하는 글을 여러차례 남겼다. 수원FC의 구단주인 염대영 시장도 맞섰다. 결국 이 시장이 '이긴 팀 시청기를 진 시청에 걸기'라고 제안하자, 염 시장도 '시청기 대신 구단기로 시작하자'고 내기를 걸었다. 이를 지켜본 팬들은 깃발과 엘클라시코를 합성한 '깃발라시코 더비'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두 팀은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슈퍼매치, 지존 더비' 올 시즌 더비의 축도 서울

FC서울은 올 시즌에도 더비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서울과 수원이 펼치는 K리그 최고의 히트상품, '슈퍼매치'는 올 시즌에도 축구팬들을 가장 설레게 하는 경기다. '슈퍼매치'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정한 '세계 7대 더비'로 불린다. 평균 4만명에 가까운 구름관중이 몰리는 슈퍼매치는 흥행보증 수표다. 매경기 화제만발이다. 치열했던 두 팀의 경기는 이제 축제로 자리잡았다. 지난 시즌에는 서울이 2승1무1패로 우위를 보였다. 4월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즌 첫 슈퍼매치의 막이 열린다. 서울은 올 해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더비가 있다. '절대 2강'을 구축하고 있는 '우승 라이벌' 전북과 '지존 더비'다. 이는 승점 3점 이상의 의미를 갖는 사실상의 결승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매경기 펠레스코어를 만들며 팬들의 흥미 끌고 있는 인천과의 '경인 더비'도 있다.


이 밖에 전통의 더비도 여전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K리그 전통의 명가인 울산과 포항은 '동해안 더비'를 앞두고 있다. '7번 국도더비', '영남 더비'로도 불리는 '동해안 더비'는 국내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갖고 있는 라이벌전이다. 포항은 전남과 '제철가 더비'를 펼친다. 전북과 울산의 모기업을 딴 '현대가 더비'도 꽤 치열하다. 예년보다 열기가 약해졌지만 전북-전남의 '호남 더비'도 오랜 K리그의 더비 중 하나다. 제주-인천은 1970년생 동갑내기 조성환 감독과 김도훈 감독의 인연으로 새롭게 '절친 더비'를 이뤘다. 지난 시즌 인천이 제주에 한번도 지지 않으며 두 팀의 라이벌 의식은 더 짙어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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