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더비 만든 두 구단주의 티격태격, K리그 발전을 노래하다

기사입력 2016-03-19 19:10



"홈에 오면 선배의 쓴 맛을 보여주겠다."(이재명 성남 시장) "많은 것을 배울려고 했는데 정작 경기에서는 배울게 없었다. 우리가 오히려 조직력과 투지를 가르쳐 준 것 같다."(염태영 수원 시장)

마지막까지 두 구단주는 티격태격했다. 누구보다 가깝기에, 누구보다 자신의 팀을 아끼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깃발더비'가 마무리됐다.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끝난 수원FC와 성남FC의 경기는 0대0으로 끝났다. 아무도 깃발을 꽂지 못했다. 하지만 모두가 승자였다, 팀의 유니폼을 입은 두 구단주는 두 손을 꼭 잡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K리그 클래식을 선도하자는 각오도 빼놓지 않았다.

이 시장은 "당연히 이길 경기라 생각했는데 수원FC가 침착하고 조직력이 좋더라. 특히 수비가 대단했다. 우리가 우습게 본 것 같아서 미안하다. 깃발 전쟁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홈에 오면 선배의 쓴맛을 보여주겠다. 부상당한 공격수가 오면 상대가 될 것 같다. 성남에서 좋은 승부하겠다"고 했다. 염 시장은 "성남이 형님 뻘이니까 많은 것을 배울려 했는데 경기에서는 배울게 없었다. 우리가 오히려 조직력과 투지 가르쳐줬다. 첫 클래식 홈경기라 선수들이 긴장했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잘했다. 성남을 홈 첫 승 제물로 잡아서 흥행 돌풍의 진원지 되고 싶었는데 아쉽다. 성남 시장이 와서 스포츠를 통해 우애를 다지는 새로운 문화 만든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 시장은 끼어들었다. "우리는 친선 아니고 이기러 왔는데?"

두 시장은 이번 경기가 K리그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 시장은 "축구에 새로운 스토리가 필요하다. 시민구단이 성장하고 자리잡길 바란다. 사실 슬슬 밀리는 느낌도 들고 팽팽해서 질 경우를 생각해봤다. 지더라도 나쁘지 않더라. 관심도 높아지고. 지면 이변인데 클래식 전체를 위해 작위적 생각도 해봤다"며 "시민구단의 K리그의 중심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자체 참여가 시민구단 약점인데 오히려 부응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들었다. 이번 깃발더비를 통해 축구 관심 없던, 떠나던 분들이 축구로 돌아온 것 같다. 깃발더비는 앞으로도 관심 가졌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재밌는 아이템 만들겠다. 개인적으로는 형님인데 클래식은 내가 한참 선배라 예를 갖췄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염 시장도 "깃발더비는 또 다른 흥행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오늘 경기 보면 알겠지만 일진일퇴의 명승부를 펼쳤다. 시민구단이지만 투자와 경기력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시민의 성원, 시와 축구단이 하나로 합쳐져서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두 시장은 각기 의미가 있는 등번호를 달았다. 이 시장은 12번, 염 시장은 130번을 달았다. 이 시장은 "12번째 선수를 대표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염 시장은 "수원이 125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매년 인구가 늘고 있어 130만명을 상징하는 숫자를 달았다"고 했다. 두 시장은 이번 깃발 꽂기에 이어 다른 이벤트도 기획 중이라고 웃었다. 이 시장은 "일단은 수원에 깃발부터 꼽고 수원을 점령한 다음에, 그 다음에는 시장실을 점령하던지 하겠다"고 웃었다. 이어 "사실 수원FC가 잘맞았다. 개막전 상대였고 개인적으로 염시장은 20년 가까이 알았다. 우리가 코드가 잘맞는다. 축구단도 잘 운영하는게 시민 대의에 맞는 것이라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다. 이번 깃발더비도 염 시장이 흔쾌히 동의하면서 시작됐다. 내부적 반대도 있었겠지만 잘 이해해줬다. 새롭게 다른 이벤트를 계획하기 보다는 이것이 안정되면 또 다른 것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염 시장은 "상대의 유니폼을 입고 응원가를 부르는 것도 재밌겠다 싶었다. 하루쯤은 상대편 유니폼을 입고 근무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계속 이벤트를 제시하는 것보다 팬들이 기대하는 수준 정도로 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시민구단이 K리그의 롤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시장은 "성남을 성남시가 인수했을때 우려 많았던 것을 안다. 투명하게 운영하고 선수단에 자율성과 독립성을 주면 자기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 생각했다. 시민구단의 롤모델, 나아가서는 K리그 롤모델을 한다고 했는데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혼자는 외롭고 수원FC가 한두해 안에 팬들에게 인정받는 구단이 되면 시도민구단의 구단주, 정치인들에게 자극이 될 수 있다. 시민구단을 잘 운영하는 것은 정치적 이득이 될 수 있다. 작은 일에 개입하는 것은 정치적 손실이다. 이를 안다면 전혀 다른 시각으로 축구단을 볼 것이다. 정치인 구단들이 정치적으로 나쁜게가 아니라 시민 대의에 맞게 한다면 축구가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원FC가 안정되서 시민 사이에 자리잡으면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중국이 축구에 투자를 하고 있다. 지도자, 선수, 유소년 등을 강화하면 축구산업으로 발전해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다. 시도민구단의 투자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지만 다른 산업 투자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이 투자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수원=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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