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의 부활 찬가, 구름 위를 걷고 있는 FC서울

기사입력 2016-04-03 18:10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으로 이어지는 '아데박'은 FC서울의 얼굴이다.

'마지막 퍼즐'인 박주영(31)이 부활의 문을 활짝 열었다. 서울도 구름 위를 걷고 있다. 서울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3대1로 완승했다. '슬로 스타트'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3전 전승을 기록 중인 서울은 K리그에서도 2연승을 질주했다.

올 시즌 첫 선발 출격한 박주영이 매듭을 풀었다. 그는 멀티골로 골잔치에 가세했다. 전반 14분 데얀이 얻은 페널티킥을 깔끔하게 성공시킨 그는 후반 15분 결승골을 작렬시켰다. 그림같은 흐름이었다. 주세종이 상대의 허를 찌르는 스루패스를 다카하기에게 연결했다. 다카하기는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린 후 상대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 박주영에게 크로스했다. 박주영은 골문이 빈 틈을 활용, 두 번째 골로 화답했다.

박주영은 올 시즌 서울이 치른 ACL과 K리그에서 '조커'로 출격했다. 방황이 있었다. 그는 1월 괌전지훈련의 시작을 함께했지만 고질인 오른무릎이 아닌 왼무릎 부상으로 조기 귀국했다. 왼무릎에 물이 차 국내에서 재활 치료와 훈련을 병행했다. 박주영은 2월 가고시마 전지훈련에도 늦게 합류했다. 그러나 연습경기에선 단 1분도 소화하지 못했다. 축구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재활 훈련에 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조커' 투입은 체력과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한 최용수 서울 감독의 몸부림이었다.

그래도 컨디션 지수는 꾸준한 상승곡선이었다. 빈공간을 활용하는 움직임과 볼키핑 능력, 동료들과의 호흡이 무난했다.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회복하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을 정도로 그의 몸상태는 예리했다. 그러나 부족한 2%는 골이었다. 도움은 있었지만 단 한 골도 터트리지 못했다.

4월이 열렸고, 서울은 이번 달 무려 8경기를 치러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이다. 박주영이 멀티골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그는 "선수들이 준비한 대로, 또 코칭스태프의 주문대로, 동료들이 플레이를 잘해줬기 때문에 오늘 같은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은 동료들에게 돌렸다. "골을 넣은 것도 데얀이 좋은 찬스를 만들어줬고 선수들이 믿어줬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자신감도 얻었다. 워낙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 두 번째 골은 내가 발만 대도 될 정도로 만들어줬다. 그런 점들이 우리 팀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것 같다."

고질인 무릎 부상에 대해서도 큰 걱정이 없다고 했다. 박주영은 "무릎만 안 아프다면 몸상태는 80% 정도 된다. 일본 막바지 훈련 때부터 체력 훈련을 해왔고, 경기를 뛰면서 몸을 조금씩 만들어 왔다. 오늘 선발 출전해서 힘든 점도 있지만 나름대로 괜찮았다고 본다"며 "날씨가 따뜻해진 것이 개인적으로 도움이 되는 같다. 동계훈련을 하진 못했지만 무릎 상태도 나아졌다. 지난해보다는 몸 상태가 낫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경기를 할 때도 자신감이 나오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날 교체 출전한 아드리아노는 쐐기골을 작렬시켰다. 6경기에서 11골을 터트리는 골푹풍을 이어갔다. 3골을 기록 중인 데얀은 선발 출격해 66분을 소화했다. 헌신적인 플레이로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박주영도 '아데박' 조합에 기대가 컸다. 그는 "데얀은 한국 선수 못지않게 헌신적으로 뛴다. 덕분에 편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데얀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아드리아노는 언제든 골을 넣을 수 있는 감각을 갖고 있는 선수다. 어느 경기에서든 서로 조합을 잘 맞춰간다면 상대팀이 예상하지 못하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을 거라고 본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근 몇 년간 '슬로 스타트'의 덫에 갇힌 서울의 봄은 늘 잔인했다. 올해는 달라졌다. 서울이 어느 해보다 화사한 봄을 맞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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