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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아노 스팔레티 AS로마 감독의 선수 경력은 화려하지 않았다.
로마에서 연수 중인 황선홍 전 포항 감독은 재미 있는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다. "로마가 지난 12일 볼로냐와 비긴 뒤 훈련장 분위기가 엄청 좋지 않을 것 같았다. 한창 순위 싸움을 펼치는 시기이니 앞서다 비긴 경기가 좋을 리 만무하지 않겠나. 그런데 다음날 훈련장을 찾아가보니 스팔레티 감독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더라."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팀 훈련에 직접 참가하진 않더라도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바라보면서 집중하는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인 셈이다. 황 감독은 "이날 로마 구단에서 장애를 가진 소년 팬에게 특별히 훈련 참관을 허락했는데 스팔레티 감독은 훈련보다는 이 소년과 얼굴을 부비며 장난을 치는데 더 집중하더라"고 웃었다. 아탈란타 원정에서 프란체스코 토티의 극적인 동점골로 3대3 무승부를 기록한 뒤 스팔레티 감독은 라커룸에서 선수단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그러나 경기 이튿날 훈련장에선 별 말 없이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지켜보며 곳곳을 돌아다니는데 더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황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지도자 입장에선 그날의 장단점을 따질 수밖에 없다. 이겨도 다음 경기가 걱정이고, 이기고 있던 경기를 비기거나 지면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게 대부분"이라며 "스팔레티 감독의 행동은 자신을 추스르면서 냉정하게 다음 승부를 준비하는 자기 만의 노하우"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팔레티 감독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느끼는 점이 많다"며 "축구라는 게 정답은 없다. 하지만 새로운 장면을 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이게 승부처에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스팔레티 감독의 모습은 한번쯤 더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고 웃었다.
트리고리아(이탈리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