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골' 이근호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

기사입력 2016-04-24 18:58


이근호(가운데)가 2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과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7라운드에서 골을 넣은 뒤 마르셀로를 부둥켜 안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이근호(31·제주)가 예열을 마치고 본격적인 질주를 시작했다.

이근호는 2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과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7라운드(2대2 무) 홈경기에서 제주 이적 후 처음으로 선발출전했다. 후반에만 2골을 몰아치며 팀을 패배에서 구했다. 이근호는 0-2로 뒤지고 있던 후반 14분 권순형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방향을 틀어 성남 골망을 흔들었다. 1-2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제주 데뷔골. 두 번째 골은 다소 운이 따랐다. 후반 22분 마르셀로의 슈팅이 문전에 있던 이근호를 맞고 굴절됐다. 방향이 꺾인 공은 그대로 성남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이근호의 골로 기록됐다.

이근호는 "솔직히 부담이 있었다. 내가 뭔가 해결해야 하는 기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조금 무겁기도 했다"면서도 "그런데 이렇게 골을 넣어서 마음이 편해졌다. 주위에서 동료들이 많이 도와줘서 넣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근호는 지난 13일 열린 상주전에서 팀의 네 번째 골을 돕는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제주 유니폼을 입고 처음 올린 공격 포인트였다. 어느덧 4경기에 출전해 2골-1도움을 기록중이다. 이근호는 "제주 동료들과 잘 맞는 것 같다. 제주 축구의 색깔 자체가 패스를 많이 하면서 중원에서 만들어가는 플레이를 한다"며 "그런 부분들이 내 스타일과도 잘 맞아서 공격포인트를 이른 시점에 올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잘 따라와주는 부분도 참 좋다"고 밝혔다.

하지만 잊고 싶은 기억도 있었다. 이근호는 지난 17일 울산전에서 후반 29분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그렇지 않아도 승부욕이 강하기로 소문난 이근호다. 이근호는 짧은 탄식과 함께 "울산전 페널티킥 실축은 진짜 지옥에 가는 기분이었다"고 한 뒤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다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그래도 (이)광선이가 골을 넣으며 팀이 이겨서 속으로 '아~ 다행이다' 싶었다"고 했다.

이근호가 제주 땅을 밟은 지 2개월여가 흘렀다. 팀에 빠른 적응을 위해 휴가도 반납하고 구슬땀을 흘렸다. 당초 그의 적응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우려도 있었다. 과연 이근호가 제주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근호는 모든 물음표에 대해 오직 경기력으로 답하고 있다. 이근호는 "몸이 많이 올라온 상태다. 부담도 있었지만 조성환 감독님께서 전혀 다른 지시를 하지 않는다. 최대한 내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라면서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몇 경기 치르지도 않았다. 남은 리그 동안 더 좋은 모습 더 많은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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