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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포항의 지휘봉을 잡은 최진철 감독은 취임 일성에 라이벌로 FC서울 최용수 감독을 꼽았다.
'동갑내기' 두 사령탑이 드디어 만났다. 축구공은 둥글다. 진리였다. 서울의 우세를 전망하는 목소리에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포항을 선택했다. 최진철 감독이 최용수 감독에 비수를 꽂았다. 포항이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서울과의 원정경기에서 3대1로 승리했다. K리그 통산 99승을 기록 중인 최용수 감독은 지난달 30일 수원과의 슈퍼매치(1대1 무)에 이어 다시 한번 '아홉수'에 걸려 좌절해야 했다.
스리백 VS 스리백
포항은 지난 라운드부터 스리백을 꺼내들었다. 최진철 감독은 "스리백을 쓰는 이유 중에 하나가 측면 공격 때문이다. 그래야 크로스가 올라온다. 심동운 이광혁도 모두 중앙으로 이동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은 설명이 필요없다. 3-5-2 시스템을 유지했다. 하지만 누수가 있었다. 주장인 오스마르가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다.
스리백과 스리백의 맞불, 예상과 달리 서울이 먼저 무너졌다. 스리백의 중앙에 선 박용우가 털렸다. 전반 13분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다행히 유상훈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기는 듯 했지만 7분 뒤 선제골을 헌납했다. 이광혁의 스루패스가 박용우의 발을 맞고 흐르자 양동현이 그림같은 오른발 슛으로 연결, 골망을 흔들었다. 서막에 불과했다. 전반 32분에는 양동현의 로빙패스가 서울의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심동운과 박용우의 스피드 싸움이 전개됐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심동운의 폭풍질주에 이은 오른발 슛으로 두 번째 골을 터트렸다. 최진철 감독의 교묘한 역습 전술이 낳은 작품이었다. 이에 비해 포항의 스리백은 몸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다. 아드리아노와 데얀, 다카하기, 이석현 등이 세차게 몰아쳤지만 난공불락이었다.
전반은 포항의 2-0 리드로 막을 내렸다. 후반 서울의 파상공세는 계속됐다. 포항 선수들의 눈빛은 더 매서워졌다. 집중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서울은 후반 28분 데얀이 프리킥으로 만회골을 터트렸지만 전세를 뒤집는 데는 1% 부족했다. 포항은 경기 종료 직전 역습 상황에서 라자르가 쐐기골을 작렬시키며 상암 원정을 해피엔딩으로 장식했다.
최진철 VS 최용수
최진철 감독과 최용수 감독의 첫 만남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최진철 감독은 대어를 낚았고, 최용수 감독은 뼈아픈 올 시즌 첫 홈 패전을 안았다. 희비가 갈렸지만 끝은 아름다웠다. '패장'인 최용수 감독은 '승장'인 최진철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승점 12점(3승3무3패)을 기록한 최진철 감독은 "선수들의 의욕이 다른 어떤 경기보다 좋았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이 집중력을 가지고 수비했던 부분, 우리가 하고자 하는 1차적인 부분 뒤 역습으로 나간 것이 잘 통했다. 열심히 한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경기력이 월등해서 이긴 것이 아니었다. 더 좋은 방향으로 팀이 갈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최용수 감독을 향해서는 "선배 감독님으로 역시 서울은 강팀이라는 인식을 많이 받았다. 쉽게 이길 수 없는 팀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K리그에서 2패째(승점 19·6승1무2패)를 안은 최용수 감독은 단단히 화가 났다. 그는 "사실 슈퍼매치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초반 넋놓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 선수 개개인이 각자 느꼈으면 한다. 누가 빠지고 누가 뛰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뛰는 선수가 주전이다. 싸우고자 하는 의지가 상실됐다"고 강조했다. 당근 대신 채찍을 꺼낼 계획이라는 뜻도 숨기지 않았다. "무기력한 모습이 전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내부 단속을 잘 하겠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영원한 강자, 영원한 약자도 없다. 상암벌의 오늘이 던진 교훈이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