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친정팀 전남 상대 존재감 증명할까

기사입력 2016-05-19 17:57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이종호(24·전북 현대)에게 전남은 지울 수 없는 두 글자다.

축구인생의 시작이었다. 1999년 순천중앙초에 입단해 축구와 인연을 맺었다. '될성부를 떡잎'을 연고팀 전남이 가만 놔둘리 없었다. 광양제철중을 거쳐 광양제철고까지 '전남맨'의 엘리트코스를 거쳤다. 2011년 졸업과 동시에 프로팀 유니폼을 입고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데뷔시즌 21경기에서 2골에 그쳤지만 전남이 점지한 '프랜차이즈 스타' 이종호에게 거는 기대는 어마어마 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했다. 이종호는 지난 시즌까지 전남에서만 148경기(36골-14도움)를 뛰었다. 2015년 동아시안컵에서는 태극마크까지 거머쥐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종호가 '호남 라이벌' 전북 현대로 이적한다는 소식에 전남 팬들이 부글부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향한 이종호의 의지는 확고했다.

전남 시절과 온도차가 있다. 전남에선 간판 공격수였던 이종호는 전북에서 백업 신세다. 올 시즌 클래식에서의 4차례 출전 중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것은 4월 24일 상주전이 유일하다. 공격포인트는 교체로 나선 4월 13일 인천전에서 올린 1도움이 전부다. 이동국 김신욱 레오나르도 고무열 한교원 등 내로라 하는 전북 공격 라인업 사이에서 좀처럼 출전기회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전남전을 앞두고 전북이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멜버른(호주)과의 201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1차전에 16명의 선수만 데리고 이동했다. 전남전을 이틀 앞둔 19일 귀국한 전북 선수들은 전남전에 불가피하게 휴식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다. 봉동클럽하우스에서 칼을 갈던 이종호가 전남 격파의 선봉에 설 확률이 높은 이유. 전남에서 프로에 데뷔해 5시즌을 보낸 이종호 만한 재능 있는 공격수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이종호에게 전남은 여전히 '첫사랑'이다. "전남은 내가 프로로 데뷔한 친정팀이기에 애정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쟁터 같은 그라운드에서 섣부른 감상은 사치다. 첫사랑을 극복해야 진짜 큰 사랑을 얻을 수 있다. 이번 전남전에서도 존재감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남은 시즌 주전 경쟁에서의 희망은 없다. 과연 이종호가 친정팀 전남을 희생양삼아 전북의 샛별로 떠오를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골 사냥 성공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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