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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5월 30일(이하 한국시각).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5위였던 한국이 스위스 베른에서 만난 상대는 세계 최강팀 스페인이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우승 뒤 FIFA랭킹 1위로 올라선 스페인은 유로2012에서도 영광재현을 노리고 있었다. 이들이 점지한 스파링파트너는 최강희 감독이 이끌던 한국이었다. 후회 없는 일전을 다짐하고 유럽 원정길에 나섰던 한국은 전반전을 1-1 동점으로 마쳤지만 불안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결국 후반전에 내리 3골을 더 내주면서 1대4로 무너졌다. 높기만 한 '세계의 벽'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사실 이번 유럽 원정 2연전은 슈틸리케 감독 자체에게도 큰 도전이다. 2014년 10월 공식 부임 이후 비아시아권 국가와의 맞대결은 단 3차례 뿐이었다. 이마저도 파라과이와 코스타리카, 자메이카 등 북중미-남미 팀들 뿐이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을 전승으로 통과하면서 최종예선에 진출한 슈틸리케호지만 세계적 수준에서의 검증은 없었다는 뜻이다. 스페인전에 이어 체코(FIFA랭킹 29위)와 잇달아 맞붙는 슈틸리케호의 행보는 최종예선을 앞두고 갖는 '중간고사'의 성격이 짙다. 결과 뿐만 아니라 내용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그간 슈틸리케 감독이 일궈놓은 성과와 향후 계획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4년 전의 모습을 떠올렸다. "지난 2012년 스페인전 당시 비디오를 봤다. 솔직히 2대8로 끝나도 이상할 게 없는 승부였다." 얻은 교훈은 분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에게 (스페인전) 당시와 스페인이 최근 치른 경기 영상을 편집해 보여줄 생각이다. 이를 통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며 "상대가 스페인이든 누구든 우리가 그동안 유지해 온 철학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감 있게 스페인전을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 축구를 지켜본 결과 자신감이나 용기 있게 경기를 준비하는 게 부족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며 "상대가 비록 스페인일지라도 우리는 이기기 위해 준비할 것이다. 그런 생각이 없다면 굳이 원정을 갈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유의 '기살리기'는 잊지 않았다. "지난 20개월 동안 대부분 23명 체제로 대표팀을 꾸렸다. 그러다보니 항상 4~5명의 선수가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다. 3번째 골키퍼가 특히 그랬다. 그래서 이번엔 (고른 출전을 위해) 골키퍼 2명, 필드플레이어 18명을 소집했다. 대표팀을 이끌고 나서는 첫 유럽 원정이다. 장시간 비행을 해야 한다. (선수들이) 이런 스트레스 속에 유럽까지 갔다가 단 1분도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을 최대한 막고 싶다."
파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