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포항스틸야드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에서 만난 포항과 수원은 같은 처지였다.
최근 6경기 2승1무3패(포항), 1승3무2패(수원). 두 번째 스테이지 들어 반등의 시작점을 만들어야 하는 절박함도 같았다.
두 팀은 절박함의 무게까지 같았던 모양이다. 결과로 나타났다. 2대2 무승부. 비겼지만 종료 직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과거 명가의 명승부였다.
결전의 키워드는 스리백
양 팀의 최대 고민에 엇갈린 희비
양 팀 감독은 경기 전 최대 고민으로 같은 걸 지목했다. 골(결정력)이다. 서 감독은 "11라운드까지 최근 3년간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패스, 점유율, 공격시도 등 모든 면에서 올 시즌이 가장 좋았다. 한데 유일하게 떨어진 기록이 골 결정력이었다"며 해결사의 절실함을 강조했다. 최 감독은 "스리백에 적응이 돼가고 있지만 골로 마무리하는 게 아직 숙제다. 이것만 풀면 된다"고 말했다. 두 감독의 고민은 경기 초반 엉뚱한 양상으로 흘러갔다. 수원이 우려한 대로 울었고, 포항은 뜻밖에 웃었다. 수원은 전반 19분 조동건의 날카로운 헤딩슛과 20분 신세계의 기습 중거리슛이 포항 골키퍼 신화용의 슈퍼세이브에 막히면서 땅을 쳤다. 수원의 결정력 부족이라기보다 상대가 너무 잘 막았다. 다 잡은 고기를 놓친 수원은 곧바로 허를 찔렸다. 23분 포항이 의도한 역습 상황에서 측면 심동운의 침투를 막기 위해 구자룡이 반칙으로 막아야 했다. 심동운은 아크 왼쪽 프리킥에서 낮게 깔아차는 절묘한 킥으로 골망을 먼저 흔들었다. 전반 실점은 고사하고 선제골을 일찍 터뜨린 포항의 기세가 바짝 올라갔다. 하지만 후반 들어 서 감독의 묘수가 적중했다. 후반 14분 고차원 오장은을 불러들이는 대신 이상호 백지훈을 투입하며 권창훈을 원래 위치로 끌어올렸다. 더이상 스리백에 끌려갈 게 아니라 수원 본래의 공격축구로 승부수를 던진 것. 절묘했다. 3분 뒤 권창훈이 페널티에어리어 깊숙히 침투한 뒤 왼발 터닝슛을 때렸고 골키퍼 맞고 나온 공을 문전의 이상호가 헤딩으로 가뿐하게 마무리했다. 기세가 오른 수원은 24분 다시 작품을 만들었다. 페널티에어리어 정면에서 산토스의 패스를 받은 염기훈이 수비 2명과 골키퍼까지 완벽하게 따돌리고 조동건의 결승골을 떠먹여주다시피 했다. 수원의 결정력 갈증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반면 포항은 35분 강상우 대신 문창진을 투입하며 공세에 나섰지만 한층 촘촘해진 수원 수비벽에 슈팅 정확도는 떨어져만 갔다. 이렇게 희비가 끝나면 명승부가 아니다. 마구 두드렸던 포항은 추가 시간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광혁이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김광석이 절묘한 헤딩골로 결정지었다. 양 팀 모두 손에 쥔 것은 별로 없었지만 팬들에겐 흥미 만점의 승부였다.
포항=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