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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1년 전이다.
아시아 축구의 '중동 카르텔'은 지난 2월부터 금이 갔다. 세계 축구 지형도가 바뀌었다. 비리의 덫에 걸린 FIFA의 제프 블래터 시대가 지난해 막을 내렸다. 지아니 인판티노 유럽축구연맹(UEFA) 사무총장이 새 FIFA 회장에 선출됐다. 인판티노 회장은 부패의 온상으로 비판을 받아온 '절대 권력'인 집행위원회를 폐지하는 대신 37명이 참여하는 FIFA 평의회를 도입하기로 했다.
FIFA평의회는 새 시대를 맞이한 FIFA의 최고 집행 기구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집행위원회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규모를 확대했다. FIFA 회장, 부회장을 포함한 기존 집행위원 25명 외에 12명을 새로 선출, 총 37명이 4년 임기의 평의회를 구성하게 된다. FIFA가 배정한 아시아의 평위원 숫자는 7명이다. 앞서 집행위원으로 활동했던 4명은 지위를 유지한다. 이번 평의회 위원 선거에서는 남자 2명, 여자 1명 등 총 3명이다. 대륙별 평의회 위원에는 반드시 여성 1명이 포함돼야 한다. 때문에 정 회장은 선거에서 남자 2위 안에 들어야 한다.
정 회장은 지난해 집행위원 선거전에서 40개국을 돌며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비록 고배를 마셨지만 아시아 축구계에 존재감을 어필함과 동시에 아시아 축구 정세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낮은 외교'로 AFC 회원국으로부터 "한국 축구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이끌어 냈다. '신의 한수'도 있었다. 2월 FIFA 회장 선거에선 낙선했지만 세이크 살만 AFC 회장을 지지하며 껄끄러웠던 중동과의 관계도 해빙기를 맞았다. 지난해 AFC 집행위원에 선임된 후 활동도 활발했다.
노력은 아시아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인판티노 회장이 방한해 정 회장과 만났다. 전임 블래터 회장이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과 날선 대립을 펼쳤던 기억을 되돌아보면 의미 있는 변화였다. 인판티노 회장은 "한국 축구의 위상이 중국, 일본, 중동에 비해 떨어진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은 아시아의 축구 강국이자 FIFA의 주요 파트너사(현대기아자동차)가 소재한 매우 중요한 국가다. FIFA는 한국과 매우 오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한국은 FIFA에게 매우 중요한 국가다. 때문에 한국의 지원에 매우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AFC나 FIFA에 기여할 부분이 있다면 (평의회 위원) 출마를 고려할 것"이라고 인판티노 회장의 지지에 힘을 보탠 바 있다.
현재 정 회장 외에 후보 등록 신청을 한 이는 아직 없다. 하지만 오는 6월 2일이 후보 등록 마감일인 만큼 중동에서도 일부 출마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AFC 내에는 여전히 중동세가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과 한국 축구의 위상이 한층 강화된 만큼 해볼 만한 도전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정 회장은 "지난해 선거에서의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에는 꼭 당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앞으로 아시아 각국 축구 관계자와의 접촉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아시아 축구 발전에 대한 비전과 진정성을 전달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