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는 '악연' 코파를 품을 수 있을까

기사입력 2016-06-02 17:57


메시가 코파 델레이 우승 뒤 아들과 함께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그라운드를 걷고 있다.ⓒAFPBBNews = News1

리오넬 메시(29·바르셀로나)는 의심할 여지없는 '세계 최고의 선수'다.

메시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역대 최다골, 한시즌 최다골, 연간 최다골, 최다 해트트릭, 엘클라시코 최다골, 클럽월드컵 최다골 등 득점에 관한 모든 기록을 경신했다. 클럽레벨에서 들어올릴 수 있는 모든 트로피도 차지했다. 메시는 지난달 23일(이하 한국시각) 세비야를 꺾고 2015~2016시즌 코파 델레이(스페인 국왕컵)을 들어올리며 개인 통산 30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프리메라리가, 유럽챔피언스리그,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UEFA슈퍼컵 등을 손에 넣은 메시는 '20세기 최고의 선수'로 불린 펠레의 29차례 우승기록을 넘었다.

하지만 메시는 아직 펠레만큼의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A대표팀에서 얻은 트로피수가 '0'이기 때문이다. 메시는 2005년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 연령별 대회에서는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작 A대표팀에서는 우승과 인연이 없다. 당대 최고에서 역대 최고의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A대표팀에서의 한을 풀어야 한다. 4일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2016년 코파아메리카 센테나리오는 그 출발선이다.

센테나리오는 100주년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다. 이번 대회는 1916년 아르헨티나에서 1회 대회가 열린 지 꼭 100년째 되는 역사적인 대회다. 월드컵(1930년)과 유럽축구선수권대회(1960년)보다 훨씬 앞서 시작한 코파 아메리카는 100주년을 맞아 4년 주기의 원칙을 깨고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열린다. 장소도 처음으로 남미가 아닌 미국을 택했다. 참가국도 늘어 남미축구연맹 10개국과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 4개국, 미국, 멕시코 등 16개국이 나선다. A조에는 미국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파라과이, B조에는 브라질 에콰도르 아이티 페루, C조에는 멕시코 우루과이 자메이카 베네수엘라, D조에는 아르헨티나 칠레 파나마 볼리비아가 속했다. 조별리그를 치른 후 각 조 상위 2개 팀이 8강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가린다.

메시가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벽을 넘어야 한다. 일단 코파아메리카와의 악연부터 끊어야 한다. 세번의 코파아메리카에 나서 두번의 준우승에 그쳤다. 자국에서 열린 2011년 대회에서는 8강에서 머무는 수모를 겪었다. 개인 활약도 좋지 않았다. 득점의 신 답지 않게 3번의 대회에서 단 3골에 그쳤다. 악연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욕은 가득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메시는 지난달 28일 온두라스와의 평가전 도중 허리를 다쳤다. "본선 전까지 치료를 마무리하겠다"고 했지만 정상 컨디션이 아님은 분명하다. 여기에 탈세 스캔들로 인한 재판으로 스페인을 오가야 한다.

두번째 벽은 라이벌들이다. 세르히오 아게로(맨시티), 곤살로 이과인(나폴리), 앙헬 디 마리아(PSG) 등 스타들이 즐비한 FIFA랭킹 1위 아르헨티나가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팀들도 만만치 않다. 지난 대회 우승을 차지했던 칠레는 알렉시스 산체스(아스널), 아르투로 비달(바이에른 뮌헨)이 건재하고, 네이마르(바르셀로나)가 리우올림픽 출전으로 제외되기는 했지만 '전통의 강호' 브라질 역시 무시 못할 전력이다.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와 디에고 고딘(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란 확실한 공수의 축을 둔 우루과이와 홈이점을 갖는 북중미의 두 팀 미국과 멕시코도 다크호스로 손색이 없다.

27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대회 우승국은 6개 대륙 챔피언과 월드컵 우승국, 차기 월드컵 개최국 등 8개국이 맞붙는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 자격을 얻는다. 과연 메시는 무관의 한을 씻을 수 있을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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