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실점→6실점' 김진현은 왜 '맨붕'이 왔나

기사입력 2016-06-02 17:57


ⓒAFPBBNews = News1

2012년 5월 30일.

김진현(29·세레소 오사카)의 축구 인생에 빼놓을 수 없는 날이다. 최강희 감독(현 전북 현대)의 부름을 받은 김진현은 이날 처음으로 A매치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주전경쟁은 고사하고 '3인자'로 불렸던 대표팀 인생의 첫 기회였다. 상대는 유로2012 우승후보로 불리던 '무적함대' 스페인. 다부진 마음을 안고 선 그라운드는 '악몽'이었다. 전후반 각각 2골씩을 내주며 4실점으로 무너졌다. 쓰디쓴 A매치 데뷔전이었다.

4년이 지난 2016년 6월 1일. 김진현에게 잊지 못할 날이 하루 더 추가됐다. 또 다시 스페인과 만났다. 명예회복을 다짐했다. 그런데 이번엔 악몽이 아닌 '멘붕'이었다. 전후반 3골씩을 내주며 1대6 참패의 주범으로 낙인 찍혔다. 이날 경기를 지켜 본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는 '김진현은 스페인 대표팀의 친구였다'는 조롱섞인 평을 내놓았다. 말 그대로 굴욕이었다.

전반 30분 다비드 실바(맨시티)의 송곳같은 왼발 프리킥에 선제골을 내줄 때만 해도 김진현은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이후가 문제였다. 장현수가 내준 평범한 헤딩 패스를 잡기 위해 달려 나왔으나 자신을 향해 달려들던 알바로 모라타(유벤투스)의 기세에 당황했다. 헌납하다시피 볼을 놓쳤고 두 번째 골로 이어졌다. 7분 뒤 놀리토(셀타비고)와 1대1로 맞선 상황에서도 멈칫하다 슈팅 각도를 좁힐 타이밍을 놓쳐 실점했다. 후반전에도 몸놀림은 나아지지 않았다. 평범한 공중볼 처리에도 실수를 남발했다. 백패스에 이은 볼 처리 상황에선 상대가 달려들기만 해도 움찔하면서 킥미스를 했다. 6실점으로 90분을 버텨낸 게 다행일 정도였다.

'평정심'은 김진현이 프로에 데뷔한 이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된 문제였다. 1m93의 당당한 체격과 예측력, 위치선정을 무기로 대표팀까지 발탁됐지만 경기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실수를 만회하지 못한 채 표류하면서 경기 자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례가 제법 많다. 2011년 가시마 앤틀러스와의 J리그 경기에선 평범한 공중볼을 처리한 뒤 곁에 있던 상대 공격수를 쳐다보지 못한 채 볼을 내려놓았다가 그대로 실점하며 땅을 친 기억이 있다. 2014년 포항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경기를 앞두고 치른 J리그 경기에선 잇달아 실점하며 경기 도중 교체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직전 치른 2014년 9월 4일 베네수엘라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도 킥미스로 위험천만한 장면을 내주는 등 불안감이 이어져 왔다. 스페인전 6실점은 선제골 직후 내준 추가골 상황에서의 실수가 결국 이날 전체적 플레이에 영향을 준 것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5년 호주아시안컵부터 김진현을 A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로 기용해왔다. 정성룡(31·가와사키) 김승규(26·고베)에 비해 경험과 반사신경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믿음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스페인전을 통해 모든 약점이 드러난 이상, 다가올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대비한 주전경쟁 카드를 다시 꺼내들 전망이다. 순간 상황마다 파도처럼 출렁이는 안방마님을 두고 뒷문단속을 할 순 없기 때문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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