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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30일.
전반 30분 다비드 실바(맨시티)의 송곳같은 왼발 프리킥에 선제골을 내줄 때만 해도 김진현은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이후가 문제였다. 장현수가 내준 평범한 헤딩 패스를 잡기 위해 달려 나왔으나 자신을 향해 달려들던 알바로 모라타(유벤투스)의 기세에 당황했다. 헌납하다시피 볼을 놓쳤고 두 번째 골로 이어졌다. 7분 뒤 놀리토(셀타비고)와 1대1로 맞선 상황에서도 멈칫하다 슈팅 각도를 좁힐 타이밍을 놓쳐 실점했다. 후반전에도 몸놀림은 나아지지 않았다. 평범한 공중볼 처리에도 실수를 남발했다. 백패스에 이은 볼 처리 상황에선 상대가 달려들기만 해도 움찔하면서 킥미스를 했다. 6실점으로 90분을 버텨낸 게 다행일 정도였다.
'평정심'은 김진현이 프로에 데뷔한 이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된 문제였다. 1m93의 당당한 체격과 예측력, 위치선정을 무기로 대표팀까지 발탁됐지만 경기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실수를 만회하지 못한 채 표류하면서 경기 자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을 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5년 호주아시안컵부터 김진현을 A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로 기용해왔다. 정성룡(31·가와사키) 김승규(26·고베)에 비해 경험과 반사신경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믿음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스페인전을 통해 모든 약점이 드러난 이상, 다가올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대비한 주전경쟁 카드를 다시 꺼내들 전망이다. 순간 상황마다 파도처럼 출렁이는 안방마님을 두고 뒷문단속을 할 순 없기 때문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