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팀 와일드카드 고민 왜? 4년전을 보니...

기사입력 2016-06-07 20:42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6일 오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올림픽 대표 4개국 축구 친선대회' 덴마크와 마지막 경기를 펼쳤다.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신태용 감독.
부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6.06



리우올림픽 출정을 앞둔 '신태용호'가 중대 난제를 만났다. 와일드 카드 차출 문제다.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24세 이상 와일드 카드 3장을 모두 사용할 계획이다. 와일드 카드 유력 대상자는 손흥민(24·토트넘) 장현수(25·광저우 부리)와 홍정호(27·아우크스부르크)다.

하지만 신 감독이 6일 4개국 친선대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의 조기 합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와일드 카드 차출 문제가 급부상했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확인한 결과 신 감독의 고민은 손흥민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손흥민뿐만 아니라 장현수 홍정호도 난항을 겪고 있거나 겪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핵심은 와일드 카드의 조기 합류 여부다. 신 감독은 올림픽 개막 1개월 전부터 소집할 수 있는 대표팀 운영규정에 따라 7월 초 올림픽대표팀을 소집할 계획이다. "조직력을 극대화해 최선의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올림픽이라는 '대사'를 앞둔 감독 입장에서 당연히 가질 수 있는 바람이자 구상이다.

하지만 조기 합류에서 엇박자가 나고 있다. 손흥민도 "토트넘도 올림픽 출전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합류 시기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의 말이 맞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토트넘은 손흥민의 와일드 카드 차출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다만 차출 시기는 신 감독이 원하는 조기 합류 시점이 아닌 올림픽이 거의 임박한 때에나 보내주겠다는 것이다.

토트넘 구단은 당초의 이런 입장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손흥민 말대로 구단 입장에서 소속 선수의 휴식 시간을 더 보장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늦게 보내주고 싶은 것이다.


장현수도 마찬가지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장현수의 소속 팀은 중국 슈퍼리그가 한창 진행 중이라는 점까지 겹쳤다. 장현수가 개인적으로 구단 측에 사정을 해서 차출 승낙을 얻었지만 보내주는 시기는 손흥민과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슈퍼리그 10위로 중하위권에 처져 있는 광저우 부리는 '신태용호' 조기 소집에 장현수를 보내주면 리우올림픽까지 최대 7경기 기용할 수 없게 된다. 이 가운데 7월에만 5경기가 집중돼 있다. 더구나 중국 축구는 이번 올림픽에 출전도 못하기 때문에 한국의 요청에 호의적일 가능성도 낮다. 아직 3번째 와일드 카드로 공식화되지 않았지만 또다른 유럽파인 홍정호도 손흥민과 비슷한 입장이 될 것이라고 한다.

축구협회는 외교력을 통해 해당 소속팀들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고 하소연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소속 클럽이 와일드 카드를 의무적으로 보내도록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4년 전 런던올림픽 때와는 상황이 크게 다른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 홍명보 감독은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 쾌거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와일드 카드로 발탁한 박주영 김창수 정성룡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당시 와일드 카드 3명의 상황은 올해와 사실상 정반대였다. 김창수는 부산, 정성룡은 수원 소속이어서 올림픽대표팀 훈련 합류에 별다른 고충이 없었다. 박주영은 아스널 소속이었지만 역시 어려움이 없었다. 당시 그는 AS모나코에서 아스널로 이적한 뒤 부상 등으로 인해 출전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아스널은 전력 외 자원인 박주영의 한국 올림픽대표팀 합류에 굳이 토를 달지 않았다. 박주영은 2012년 런던올림픽대표팀 최종 엔트리가 소집(7월 2일)되기 보름 전부터 일본에서 개별훈련을 하며 미리 준비할 정도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4년 전 별다른 난항이 없었던 와일드 카드 차출이 이번에 유독 도드라져 보이게 된 것은 그때와 지금의 상황이 이처럼 딴판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하필 이번에는 신 감독이 필요로 하는 와일드 카드가 소속 팀에서 풀어주고 싶지 않은 해외파라는 점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금으로선 각 소속팀의 '선처'를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 협회와 함께 끝까지 설득하든지, 와일드 카드 조기 합류 바람을 접든지…, 와일드 카드에 대한 '신태용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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