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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남(27·제주)이 드디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만면에 미소를 띤 김호남. 그러나 그 함박웃음을 짓기 까지는 3개월이 걸렸다. 김호남은 올 겨울 많은 기대 속에 광주에서 제주로 둥지를 옮겼다. 3월 13일 인천과의 리그 홈 개막전에 선발로 나섰다. 기대 이하였다. 2라운드만에 찾은 친정팀 광주. 이날도 선발 출전했다. 의욕이 지나쳤던 탓일까. 나아진 게 없었다. 김호남은 "광주전은 내 선수생활을 통틀어 최악의 경기"라고 회상했다.
조급했다. 인정받고 싶은 열망이 너무 컸다. "팀을 옮기고 나서 나를 입증하려 했던 마음이 컸다. 하루 빨리 경기력으로 말하고 싶었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이야 오죽할까. 그러나 과잉의욕에 오히려 발목이 잡혔다.
비로서 깨고 나온 껍질.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처의 중요성을 깨우쳤다. 김호남은 "광주와 제주는 전술이 다르다. 나도 거기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며 "광주에서는 드리블을 길게 치라고 지시 받았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간격을 넓게 벌리고 간결한 패스를 통해 공간을 파고 들어야 한다"고 했다.
현실도 직시했다. 김호남은 "사실 광주에서는 어느 정도 선발이 보장됐었다. 그러나 제주는 선수층이 두텁다"며 "주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선발로 나설 수도 교체로 나설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내 생각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의 주황빛이 익숙해지기 시작한 시점에 얄궂은 운명의 맞대결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11일 친정팀 광주와의 홈경기. 이제 조급함은 버렸다고 한다. "선발이든 교체든 상관없다. 감독님의 지시에 따라 내 역할에 충실할 생각만 하고 있다." 껍질을 깨기 까지 걸린 시간 약 3개월. 김호남은 훌쩍 성장해 있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