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약속의 땅' 가평에서 얻은 것은?

기사입력 2016-06-08 21:41



"분위기가 확 바뀌었어요."

최진철 포항 감독의 목소리는 모처럼 밝았다. 포항은 A매치 휴식기 동안 '약속의 땅' 가평을 찾았다. 포항은 지난 2009년 이곳에서 전지훈련을 한 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과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3위를 달성했고 2013년에는 사상 첫 더블(리그+FA컵) 우승의 기틀을 만들었다. 1일부터 일주일 동안 진행된 가평 전지훈련, 기분 좋은 상승 기운이 포항을 감쌌다. 최 감독은 "단 일주일간의 훈련 만으로 팀전력을 끌어올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전훈이었다"고 했다.

분위기를 바꾸는데는 베테랑 선수들의 힘이 컸다. '주장' 황지수를 중심으로 신화용 김광석 등 노장들이 나섰다. 젊은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힘을 불어넣었다. 시즌 초반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느라 지쳤던 선수들이 휴식을 통해 안정감을 찾았다. 새로운 선수들의 가세와 부상자들의 복귀로 경쟁 체제가 갖춰진 점도 긍정적이었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 룰리냐가 이번 훈련부터 함께 했다. 부상으로 아직 한경기도 함께 하지 못한 조수철도 본격적인 팀 훈련에 합류했다. 최 감독은 "포지션에 걸쳐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니까 확실히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며 웃었다.

최 감독은 이번 전훈 기간에 가장 큰 공을 들인 것은 수비조직력. 포항은 A매치 휴식기 전까지 스리백으로 재미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부상자 속출로 인한 궁여지책이었다. 컴팩트한 축구를 강조하는 최 감독은 포백이 필수라고 여긴다. 시즌 초 흔들렸던 포백 다잡기에 주력했다. 최 감독은 선수들의 위치 하나하나 세심하게 지도했다. 물론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스리백에 대한 훈련도 빼놓지 않았다. 연습경기 때마다 포백과 스리백을 번갈아 가며 테스트했다. 최 감독은 "원하는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수비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올라갔다"고 평했다.

포항의 휴식기 전 순위는 8위(승점 14). 명가의 자존심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다. 과연 가평의 기운을 받아간 포항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일단 분위기는 괜찮아보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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