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의 생생유로]전쟁의 서막, 노련했던 크로아티아

기사입력 2016-06-14 17:43


ⓒAFPBBNews = News1


11일(한국시각) 도착한 파리 샤를드골공항은 '별천지'였다.

입국장에 도착하자 곳곳에 대회 안내 걸개가 잔뜩 걸려 있었다. 평소 '축구인은 축구장에 있어야 살아 있음을 느낀다'는 말을 곧잘 한다. 물론 바깥 세상의 열기도 경기장과 다르지 않을 때가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호텔에 묵거나 버스로 이동할 때마다 국민들의 기대에 엄청난 압박도 받았지만 그만큼 희열을 느꼈다. 프랑스의 분위기는 왜 유로 대회를 '미니 월드컵'이라고 부르는 지 알 만했다. 코치 시절 처음으로 찾았던 2004년 포르투갈 대회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이튿날 바로 경기장으로 달려갔다. 터키-크로아티아전이 '첫 공부'였다.

경기장소인 파르크드프랑스의 분위기는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4만3842명의 관중이 뿜어내는 열기는 가히 전쟁이라 표현할 만 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피가 끓을 만큼 흥겨웠다. 축구를 모르는 이라도 꼭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었다.

두 팀의 색깔은 확연하다. 크로아티아는 선굵은 축구를 하지만 개인기량도 출중한 변화무쌍한 팀이다. 터키는 그동안 부진했지만 조직력을 바탕으로 하는 팀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리는 터키가 크로아티아에 어떻게 대항하는 지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크로아티아는 노련했다. 전반전엔 수비를 단단히 한 터키를 공략하기 위해 다리오 스르나를 활용한 측면 크로스로 찬스를 만들어 갔다. 제공권 싸움에서 터키가 약점을 보이자 이를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전반 막판 루카 모드리치의 선제골도 결국 터키 수비진의 허술한 공중볼 대비가 불러온 장면이었다. 크로아티아는 후반전에도 터키를 강하게 몰아 붙이며 틈을 주지 않았다. 점유율을 유지하면서도 좌우 측면을 적극적으로 파고 들며 터키를 괴롭혔다. 역습 상황에선 과감한 돌파로 파울을 유도하며 찬스를 만들어 갔다. 밀집수비를 깨기 위해 빠른 측면 돌파를 선택한 크로아티아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찬스 상황에선 다소 무리한 시도일지라도 과감하게 슈팅으로 마무리를 하는 유럽 공격수들의 특성은 크로아티아도 다르지 않았다. 다가오는 체코, 스페인과의 맞대결에서 전술 변화가 기대되는 팀이다.

터키는 아르다 투란, 하칸 찰하노글루가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들을 뒷받침 할 만한 골잡이가 없었기에 효율성은 떨어졌다. 크로아티아의 공세에 맞서 수비를 단단히 하며 1실점으로 막아낸 것은 평가할 만했다. 탈압박과 공간 활용에 대한 답을 찾아야 남은 두 경기서 희망을 볼 것 같다.


스포츠조선 해설위원·전 포항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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