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는 경마고객들을 위한 이색 행사가 진행됐다. 추억의 레이스가 바로 그 것. 왕년에 이름께나 날렸던 스타기수 출신의 조교사들의 출전, 500m 직선거리에서 짧지만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를 펼쳐보이며 경마팬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반면, 시종일관 자신감을 드러낸 출전자도 있었다. "이제는 선배들을 이길 수 있다"던 김동균 조교사는 이날도 "이겨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든다"며 파이팅을 외쳐보였으며, 홍일점 이신영 조교사 또한 "작년에는 말의 능력이 떨어져서 좋은 성적을 못 냈지만, 올해는 야심차게 좋은 말을 준비했다"며 "1등을 한번은 해봐야 되지 않겠냐"고 했다.
이날 우승을 차지한 이신영 조교사는 출발 직전까지도 '메니뮤직'을 신경 쓰는 기색이 여력 했다. 이신영 조교사는 "1번을 받게 된 만큼 숨이 멎더라도 앞도 안보고 경주마를 밀 생각"이라며 선행을 예고했다.
실제로 출발대가 열리자 이 조교사는 당초 말한 대로 앞도 보지 않은 채 경주마를 힘차게 몰았다. 출발과 동시에 선두에 나선 후 단 한 차례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으며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었다. 결승선까지 300m를 남긴 시점에서 박윤규 조교사의 '메니뮤직'이 무섭게 거리를 좁혀 들어왔지만 결국 결승선을 가장 먼저 가른 건 이 조교사였다. '메니뮤직'은 아쉽게 2위에 그쳤다. 이 조교사는 결승선을 통과하기 직전, 뒤돌아 박 조교사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승리를 확신한 듯 한손을 번쩍 들어보였다.
이 조교사는 "기수는 필요없다. 말만 좋으면 1등"이라며 "문세영도 필요없다"고 재치 있는 우승소감을 전했다. 또한 "드디어 기수 때의 한을 풀었다. 사실 나는 가만히 고삐를 붙들고 있었을 뿐인데, 말이 알아서 잘 뛰어줬다"고 했다. 오른손을 번쩍 든 세레모니와 관련해서는 "여유가 있어서 한번 해봤다"며 "그만큼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박 조교사는 "이번에는 욕심을 내봤는데 역시 이신영 조교사의 선행 실력은 일품이었다"고 아쉼움을 전했다.
곧이어 진행된 시상식에서 트로피와 꽃을 전달받은 이 조교사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기수로 돌아간 느낌"이라며 "오늘은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우승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야심차게 단거리에서 우승을 기대해볼 만한 경주마를 준비한 게 사실"이라며 "훈련을 전담한 팀장이 500m 동안 얹혀만 있으면 우승을 차지할 수 있게 만들어 놓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고 공을 돌리기도 했다.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오늘은 젊은 조교사들이 주로 참여한 경주였는데 앞으로는 안전한 대책이 잘마련돼 대선배들의 경주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했다.
현장을 방문한 오랜 경마팬들도 즐겁긴 매한가지였다. 이 조교사를 응원했던 한 경마팬은 "이신영 조교사가 오늘따라 되게 예쁜 것 같다"며 "조교사들이 기수복을 입고 경주에 뛰니 새로운 느낌이다"고 했다. 또 다른 경마팬 역시 "감회가 새롭고 옛 생각이 많이 난다"며 "사실 안병기 조교사 팬이다. 전성기 시절 뛰던 그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 아른거린다"고 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렛츠런파크 서울 최인용 본부장은 "신규 고객들에게는 이색적인 볼거리를, 오래된 경마고객들에게는 잊지못할 추억을 선물할 취지로 추진했다"며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렛츠런파크 서울의 대표 이벤트가 될 수 있게 만전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