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용, 슈틸리케호 오른발 스페셜리스트 될까?

기사입력 2016-06-19 21:45



슈틸리케호의 스페인전 6실점 참패의 발단은 '프리킥'이었다.

전반 30분까지 선전하던 슈틸리케호 수비수들의 발은 다비드 실바(바르셀로나)의 송곳같은 프리킥 한방에 얼어붙었다. 골문 상단 구석에 정확하게 꽂힌 프리킥골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나아가 한방으로 승부를 가를 수 있는 프리킥의 위력을 실감한 장면이기도 했다.

위력적인 전담 프리키커의 필요성. 그 중심에 상주 상무 풀백 이 용(30)이 있다. 향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A대표팀 전담 프리키커 명단 상위권에 이 용이 포함될 듯 하다. 이 용은 19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에서 1-1 동점이던 후반 11분 그림같은 오른발 프리킥골을 터뜨렸다. 이승기가 아크 정면에서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상대 수비벽을 정확히 꿰뚫는 오른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코스도 혀를 내두를 만했다. 왼쪽 골포스트 하단에 정확하게 맞은 볼은 골라인을 따라 오른쪽 골포스트 하단을 때린 뒤 골망 안으로 유유히 빨려 들어갔다. 골을 확인한 이 용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이 용이 K리그에서 골맛을 본 것은 울산 현대 시절이던 지난 2013년 7월 16일 제주전 데뷔골 이후 2년 11개월 3일, 꼬박 1070일 만이다.

후반 43분엔 전매특허인 크로스가 불을 뿜었다. 전남 진영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 바깥 대각선 지점에서 낮게 올린 크로스가 문전 왼쪽에 포진해 있던 공격수 박준태의 오른발에 정확히 걸렸다. 이 골로 상주는 전남에 3대2 역전승을 거두며 리그 2연승을 기록했다.

사실 이 용의 '오른발'은 프로축구계에 정평이 나 있다. 대부분 풀백이나 윙어들은 정지 상황 내지 느린 볼 전개시 크로스 시도를 선호한다. 하지만 이 용은 빠른 스피드를 살린 오버래핑 도중 크로스를 시도하는 '러닝크로스'가 주무기다. 큰 각도를 그리며 휘어 들어가는 이 용의 크로스는 상대 수비진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팬들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이 용 프리킥 궤적'이라는 제목으로 이 용이 K리그 경기 중 크로스나 세트플레이 키커로 나선 상황에서 시도한 킥 장면을 모아놓은 글이 인터넷 축구카페를 중심으로 퍼져 나갈 정도다.

세트플레이 상황에서도 이 용의 '오른발'은 빛났다. 유연한 발목과 정확한 킥 실력을 바탕으로 프리키커로 자주 참가하며 매 시즌 공격포인트(도움)을 쌓았다. 2013년 태극마크를 달고 A매치에 데뷔한 뒤에도 이 용은 간간이 프리키커로 나서며 재능을 드러낸 바 있다. 전남전에서 쏘아올린 1골-1도움은 잠잠했던 이 용의 오른발에 대한 평판을 다시 끌어 올릴 만한 결과물이다. 조진호 상주 감독은 "이 용이 A매치를 잘 치르고 왔다. 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해왔다. 수준 높은 킥을 갖춘 선수"라며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의 활약을 기대해봐도 좋을 선수"라고 엄지를 세웠다.

이 용은 "연승이 올해 처음이다. 연승에 일조하는 공격포인트에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A대표팀에 다녀온 뒤 자신감과 여유가 생긴 것 같다"며 "팀 훈련 중 프리킥 상황에서 슈팅 연습을 많이 했다. 감독님이 기회가 되면 (슛을) 차 보라고 이야기 하셨다. 오늘은 차기 전에 느낌이 좋았다. '골이 들어갈 것 같다'고 동료들에게 이야기 했는데 진짜 골이 되어 기뻤다"고 밝혔다.

9월에 군 복무를 마치는 이 용은 "전역 전까지는 상주 소속 선수"라며 "상주가 매년 승격 뒤 한 시즌 만에 강등됐던 게 사실이다. 잔류에 기여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상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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