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서 무패행진 반등한 인천, 숨은 원동력은?

기사입력 2016-06-19 21:47



인천 유나이티드의 반등이 예사롭지 않다.

1라운드 9위 이후 줄곧 최하위(12위)에서 맴돌던 인천은 12라운드 성남전(1대0) 첫 승 이후 4경기 연속 무패(2승2무)로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탈꼴찌에 성공했고 올 시즌 우선 목표인 강등권 탈출에도 성큼 다가섰다. 특히 지난 18일 15라운드서는 리그 선두 전북을 상대로 실점 없이 비기며 귀중한 승점 1점 이상의 효과도 얻었다.

공교롭게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고나서 전보다 강해진 모습을 보이자 '여름인천'이란 새 별명이 붙었다. 11라운드까지만 해도 이빨 빠진 '늑대축구'를 좀처럼 회생시키지 못할 것 같았던 인천. 그들을 달라지게 한 원동력이 있었다.

김도훈표 변신은 무죄

김도훈 인천 감독은 15라운드 전북전이 끝난 뒤 "1위 팀을 상대로 비겼지만 기분은 좋지 않다. 이겼어야 했다"고 말했다. 흔히 말하는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인천 선수단 구성 특성상 지금이 제모습을 찾을 시기가 됐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겨울 비시즌 동안 체력훈련을 많이 시키기로 유명하다. 지구촌 온난화로 인해 한반도의 여름시즌이 길어진 환경을 극복하려면 강한 체력이 관건이다. 다만 인천은 빈약한 재정 형편으로 인해 시즌마다 선수이동이 많아 조직력까지 갖추려면 시간이 걸린다. 여름을 맞아 조직력이 조금씩 갖춰지고 체력이 뒷받침되는 시기가 인천으로서는 적기다. 상대적으로 체력 소비가 많은 전북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김 감독은 스리백으로의 변신을 단행했다. 12라운드 성남전부터 등장한 3-5-2포메이션은 4경기 연속 무패를 이끌었다. 인천은 지난해 4-1-4-1로 크게 성공했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서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핵심인 김원식이 서울로 복귀한 뒤 마땅한 대체자가 없어 장기간 고전했다. 김 감독은 혁신을 선택했고 체력이 뒷받침된 선수들은 잘 적응했다. 든든한 '포스트 김원식'은 없지만 중앙 수비자원을 폭넓게 활용한 묘수였다. 스리백 변신 전 최다실점팀이었던 인천은 변신 후 4경기 2실점으로 지난해 '짠물수비'를 되찾았다. 사실 인천은 2015시즌 33라운드 운명의 성남전과 FC서울과의 FA컵 결승전에서 스리백을 시도했다가 모두 실패한 기억이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과거의 실패로 인한 두려움보다 할 수 있다는 선수들을 믿었다.

가화만사성 따로 없다

지난달 22일 11라운드 광주전(0대1 패)은 인천에 커다란 분수령이었다. 첫 스테이지를 무승으로 마감하자 서포터들이 집단 항의하는 소동이 있었다. 구단 박영복 대표이사와 김 감독이 면담을 하고나서야 갇혀 있던 선수들이 귀가했다. 그렇지 않아도 구단 안팎에서는 각종 사건과 소문 등으로 불협화음의 극치를 보이고 있던 때였다. 선수들도 적잖은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선수들부터 정신을 차렸다. 골키퍼 조수혁은 "광주전 이후 선수단 자체 미팅을 몇 번 했다. 주로 나온 얘기가 '팬들이 오죽하면 화가 났겠나', '우리 팀에 대한 애정이 있으니 그런 것 아니겠나', '우리가 욕먹을 만하다'는 것이었다"면서 "선수들이 다시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다. 고마운 채찍질이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구단 측도 달라졌다. 박 대표는 13라운드 성남전을 앞두고 선수단 전체 회식 자리를 마련하고 구단 프런트부터 달라지겠다고 약속하며 선수들을 다독였다. 경기 외적인 어려움이나 잡음은 구단이 알아서 해결하고 불식시킬테니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경기에만 신경쓰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장 체불 수당 등 금전적인 문제부터 구단이 책임지고 해결할테니 믿어달라는 얘기도 나왔다. 구단과 선수단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박 대표가 먼저 다가섰기 때문일까. 공교롭게도 이날 회식 이후 인천은 시즌 첫 승에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구단이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박 대표의 약속도 현실화되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시 산하기관들이 최근 힘을 모아 50억원 가량을 추가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 7월부터 코칭스태프와 팀장급 이상 직원들에게 50%만 지급했던 월급도 정상화된다. 역시 집안이 편안해야 바깥일도 열심히 할 수 있는 법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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