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상주 박준태, 그를 춤추게 한 '칭찬의 힘'

기사입력 2016-06-20 20:14



상주 공격수 박준태(27)는 한때 촉망받던 기대주였다.

데뷔 초기엔 빛을 보지 못했다. 2009년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었지만 이듬해까지 K리그에선 9경기 출전에 그쳤다. '호화군단' 울산에서 1m72의 단신 공격수 박준태는 너무 작아 보였다. 2011년 인천으로 이적한 뒤 날아올랐다. 허정무 감독(현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의 신임 속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 작은 키에 가렸던 빠른 스피드와 위치 선정 능력이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해 홍명보 감독(현 항저우 감독)이 이끌던 올림픽대표팀에도 승선하면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2년에도 박준태는 인천의 주축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하지만 박준태는 다시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2013년 전남으로 이적한 뒤 27경기에 나섰으나 1골-1도움에 그치면서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의욕은 넘쳤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2014년에도 7경기서 단 한 개의 공격포인트도 올리지 못하면서 손가락질을 받았다. 결국 시즌을 마친 뒤 도망치듯 군입대를 했다. 박준태는 "최근 입대한 이웅희가 '인천에서 오지 않았느냐'고 묻더라. 그만큼 전남에서 내가 보여준 게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개가 숙여지더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군입대도 돌파구가 되진 못했다. '후임병' 시절이던 지난해엔 챌린지에서 단 2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K리그에서도 '알짜배기'들이 모인 상주에서의 경쟁구도는 박준태에게 가혹했다. 터닝포인트는 조진호 감독 부임이었다. 올 시즌 박준태는 상주에서 선발과 백업을 오가며 11경기서 3골-1도움을 기록 중이다.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던 2011년 26경기 5골-1도움과 비교하면 '전성기'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활약이 두드러진다.

박준태가 밝힌 반전의 계기는 '칭찬'이다. "올 시즌 전까진 나 자신에게 부끄러웠던 게 사실이다. 조 감독님이 작은 플레이에도 매번 칭찬을 해주신다. '정말 내가 잘 한 건가'라고 의아해 할 때 조차 박수를 쳐주셨다.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자신감이 차오르더라. 신뢰가 나를 키웠다." 그는 "단점을 고치고 부족한 것을 채우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내 장점을 살리는 일은 어렵지 않다"며 "질책보다 '네가 잘 하는 것을 하라'는 칭찬을 들을 때마다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동료들을 향한 믿음도 커졌다. 박준태는 "상주엔 출중한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즐비하다. 내가 부족한 부분조차 커버해 줄 수 있을 정도"라며 "단순한 군 생활이 아니라 '한번 잘 해보자'는 의지로 모두가 뭉친 것도 좋은 플레이가 나올 수 있는 원동력인 것 같다"고 했다.

박준태는 19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가진 친정팀 전남과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에서 2-2 동점이던 후반 42분 팀 승리를 결정 짓는 오른발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득점 뒤 아무런 세리머니 없이 고개를 숙였다. 복잡한 사연이 숨어 있었다. "전남이 돌아가야 할 친정팀이기는 하지만 계약은 만료된 자유계약(FA) 신분이다. 프로연맹 규정에 따라 전역 후에도 올 시즌을 마치기 전까진 전남에서 뛰어야 한다. 전남이 최근 부진했던 걸 알기에 골을 넣고도 좋아할 수가 없었다."

프로에게 도전은 숙명이다. 9월 전역을 앞둔 박준태도 '후회없는 도전'을 다짐하고 있다. "대충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가 좋은 플레이를 해야 팀 성적도 좋아지고 내 가치도 인정받을 수 있다. 나를 바꿔놓은 칭찬을 스스로 들을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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