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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서 많은 것을 이뤘고 무한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언젠가는 '포항맨'이라는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그게 지도자의 숙명이니까."
그러나 운명은 황 감독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이달 초 FC서울의 제안이 도착했다. 당시 황 감독은 유로2016 본선을 현장에서 지켜보기 위해 프랑스로 출국할 준비를 하던 참이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지난해 12월 포항 지휘봉을 내려 놓은 뒤 1년 동안 푹 쉬자는 생각 뿐이었다. 미국 유학 중인 자녀와 시간을 보내고 독일, 이탈리아를 돌면서 원없이 '축구공부'를 하던 때였다. 시즌 중 다시 K리그로 돌아가는 것은 모험이었다. 하지만 황 감독은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황선홍은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은 명선수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로 꽃을 피운 뒤 지도자로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했다. 전남 코치를 거쳐 2008년 부산 지휘봉을 잡았다. 가시밭길이었다. 의욕은 넘쳤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2011년 친정팀 포항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기대보단 우려가 컸다. 하지만 실력으로 편견을 깼다. '제로톱'으로 K리그의 트렌드를 바꿨다. 2012년 연장접전 끝에 FA컵 우승을 일군 뒤 흘린 눈물 뒤에는 좌절에 이은 피나는 노력이 숨어 있었다. 2013년엔 FA컵 2연패를 일군데 이어 클래식 최종전에서 울산 현대에 기적적인 승리를 거두며 클래식까지 제패해 한국 축구 사상 첫 더블(한 시즌 리그-FA컵 동시 우승)에 성공하며 역사를 새롭게 썼다. 2014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8강에 오르면서 실력을 입증했다. 2015년 포항 지휘봉을 내려놓을 때 아쉬움의 목소리가 컸던 이유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