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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대회의 묘미는 역시 수준 높은 경기력이다.
수준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유로 대회를 이끌어온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전통의 강호들은 여전히 유로2016을 누비고 있고,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 메주트 외질(아스널), 케빈 더 브라이너(맨시티) 등 슈퍼스타들도 여전히 반짝반짝 빛난다.
하지만 이번 유로2016은 재미가 없다. 21일(한국시각) 프랑스 생테티엔 스타드 조프루아 기샤르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슬로바키아의 유로2016 B조 조별리그 최종전이 지루해진 유로 대회의 모습을 대변한다.
유로2016은 참가국이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늘어났다. 토너먼트도 8강에서 16강 제도로 바뀌었다. 각 조 3위까지 16강에 오를 기회가 생겼다. 각 조 3위팀 중 4팀에게 16강행 티켓이 주어진다. 모험을 걸어야 하는 예년과 달리 안정된 승점 관리로 조별리그로 통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것이 바로 유로 대회의 질을 떨어뜨린 주범이다. 객관적 전력에서 조 2위를 확보할 수 없는 팀들이 조 3위 자리를 위해 지나치게 수비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이번 대회는 경기당 1.82골 밖에 터지지 않았다. 4년전 유로2016 조별리그 평균 득점 2.29골, 8년 전 유로2008 조별리그 평균 득점 2.38골과 비교해 0.5골이나 떨어진 수치다. 물론 골이 전부는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박진감 있는 경기가 많지 않았다.
아이슬란드, 북아일랜드, 알바니아 등은 체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수비전술로 이번 대회의 다크호스로 자리잡았다. 이들의 수비를 뚫지 못한 강국들의 책임도 있지만,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만든 유럽축구연맹(UEFA)의 책임도 크다. 요아킴 뢰브 독일 감독도 "16강 체제가 적당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재미없는 대회의 폐혜가 고스란히 팬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