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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보였다.
22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2016년 KEB하나은행 FA컵 16강전. K리그 클래식 성남의 상대는 설기현 감독이 이끄는 성균관대였다. 지난해 설 감독이 부임한 이래 성균관대는 추계연맹전 4강, 대학축구 U리그 왕중왕전 준우승 등 승승장구 했다. FA컵 32강전에서는 챌린지(2부리그) 소속인 '형님' 서울 이랜드에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두며 '이변'을 썼다.
예상대로 일방적인 흐름이었다. 성남은 전반 내내 성균관대 골문을 두들겼다. 하지만 성균관대의 밀집 수비 속에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했다. 설 감독은 침착하게 성남의 약점을 지적했고 성균관대는 역습을 활용하며 이를 파고 들었다. 전반 초반만 해도 느긋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김 감독도 결국 30분이 지나자 잔뜩 굳은 얼굴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후반 중반까지 0의 행진이 이어졌고, 결국 김 감독은 아껴두고 싶었던 '히든카드' 황의조 김두현을 호출할 수밖에 없었다.
조재철(30)이 해결사로 나섰다. 후반 23분 아크 오른쪽에서 오른발골로 성균관대의 골망을 갈랐다. 후반 34분 역습 상황에선 아크 정면에서 문전 오른쪽으로 쇄도하던 성봉재에게 패스를 연결, 추가골을 도왔다. 성남은 조재철의 1골-1도움 원맨쇼에 힘입어 성균관대를 2대0으로 완파하고 8강행에 성공했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조재철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엇갈렸다. 2010년 성남에서 프로에 데뷔해 두 시즌 간 주전으로 뛰었다. 하지만 2012년 경남으로 이적한 뒤 빛을 잃었다. 안산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챌린지(2부리그)로 강등된 경남에서도 그의 자리는 없었다. 올 초 김 감독의 부름을 받아 복귀한 성남에서의 도전은 축구인생 마지막 기회였다. 클래식 8경기서 2골을 터뜨리며 가능성을 내비쳤던 조재철은 성균관대전을 통해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가슴을 졸이며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설 감독은 후반 성봉재의 추가골 뒤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패기 만으로 관록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성남전에서 드러난 패기 넘치는 설기현식 축구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성남=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