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의 FC서울, 어떻게 변할까

기사입력 2016-06-22 06:02



'스틸타카', '쇄국축구', '황선대원군', '우리는 포항이다'...

황선홍 감독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시즌 간 포항을 맡으면서 생긴 말들이다. FA컵 2연패(2012~2013년)와 한국 프로축구 사상 첫 더블(한 시즌에 리그-FA컵 동시 우승·2013년)의 역사 속에는 황 감독의 눈물과 좌절, 뼈를 깎는 노력이 깃들어 있다. 빈약한 재정 탓에 외국인 선수는 고사하고 장신 선수조차 데려올 수 없었던 그는 포항의 최대 장점인 '유스 시스템'을 극대화 해 성과를 냈고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FC서울은 또 다른 세계다. 1000만 수도에 둥지를 틀고 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구단이다. 스타의 산실이자 K리그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다. 최고를 지향하는 만큼 지원 사격도 화끈하다.

황 감독은 포항 시절 전임자인 최용수 감독과 전혀 다른 색깔로 보기 드문 명승부를 수 차례 연출해냈다. '황선홍 체제'로 전환하는 FC서울은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과연 FC서울은 황 감독의 지도 하에 어떤 모습으로 변모하게 될까.

스리백은 유지될 것이다

시기를 따져봐야 한다. 황 감독이 부임한 현재 FC서울은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일정을 한창 소화 중이다. 전북 현대에 이은 리그 2위다. 승점 1 차이의 살얼음판 경쟁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 현지에서 유로2016 본선을 둘러보던 황 감독은 급거 귀국해 29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성남과의 클래식 16라운드에서 복귀전을 치러야 한다. 현재 코칭스태프 선임 조차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이다. 준비 기간이 촉박한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최용수 감독의 유산'은 당분간 남겨질 전망이다. 최 감독은 FC서울에서 스리백(3-Back)을 완성시키며 '서울 만의 색깔'로 만들었다. 올 시즌에도 3-5-2 포메이션을 주 전술로 택해왔다. 황 감독은 포항 재임 시절 주로 포백(4-Back)를 활용했다. 그러나 최 감독이 오랜 기간 연마하면서 안정 단계에 접어든 이 전술을 황 감독이 하루 아침에 뒤엎기엔 시기상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황 감독이 스리백 활용을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최 감독의 FC서울에 대비하기 위해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와 효과를 본 바 있다. 오랜기간 스리백을 연마해 온 FC서울의 기초가 오히려 황 감독이 빠르게 팀을 운영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진화할 '서울타카', 관건은 외국인 4인방


황 감독은 스피드와 공간 활용에 무게를 둔 적극적인 공격을 지향해왔다. 이명주-김승대-손준호 등 소위 '라인 브레이커'들을 앞세워 좁은 공간에서 상대 수비 3~4명을 순식간에 뚫고 찬스를 만들어내던 장면은 '스틸타카'라는 황 감독의 간판 히트작이었다.

FC서울에서는 황 감독의 공격 축구는 완연히 꽃을 피울 전망이다. FC서울엔 고요한 윤일록 윤주태 박주영 뿐만 아니라 포항 시절 황 감독 밑에서 재능을 꽃피웠던 조찬호까지 버티고 있다. K리그서 이미 능력을 검증 받은 선수들로 황 감독이 요구하는 스피드와 공간 활용에 투지까지 갖추고 있다.

관건은 외국인 선수와의 시너지 효과다. FC서울은 데얀(몬테네그로)과 아드리아노(브라질), 오스마르(스페인)에 다카하기(일본)까지 4명의 외국인 선수 쿼터를 모두 채운 팀이다. 면면도 화려하다. 데얀은 몬테네그로 현역 국가대표다. K리그 통산 77경기서 51골을 터뜨린 '폭격기' 아드리아노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오스마르는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 모두 활용 가능한데다 세트피스 수행 능력도 수준급인 멀티 자원이다. 다카하기는 6월 A매치를 앞두고 있던 일본 대표팀 승선까지 점쳐졌던 미드필더다. 황 감독이 부산, 포항에 재임했던 시절과 비교가 되지 않는 '호화진용'이지만 자칫 융화되지 못하면 따로 놀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

황 감독은 한때 FC서울과 '적'으로 만났던 인물이다. 그만큼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잘 알고 있지만 이제는 그들을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전 시절 막판 태업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치던 아드리아노가 FC서울에서 부활할 수 있었던 배경엔 최 감독의 끈끈한 '형님 리더십'이 자리 잡고 있었다. 황 감독이 참고할 대목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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