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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선수가 한다. 훌륭한 선수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팀은 정상에 더 가까워 진다. 그러나 그 키는 감독이 쥐고 있다. 선택은 감독의 몫이다.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에 따라 결과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최 감독의 빈자리는 황선홍 감독(48)이 채운다. 사령탑으로 부산과 포항을 찍은 황 감독이 수도 서울에 입성한다. 최 감독이 가고, 황 감독이 오는 긴박한 교체는 7일 시작돼 21일 매듭지어졌다. 황 감독의 선임은 최 감독도 몰랐다. 서울은 극비리에 황 감독의 영입을 진행했다. 서울의 명성에 걸맞는 유일한 대안은 '황선홍 카드' 뿐이었다. 황 감독은 한국에 없었다. 세계 축구의 흐름을 공부하기 위해 유로 2016이 벌어지고 있는 프랑스에 머물고 있었다. 서울과 황 감독이 직접적으로 나눈 대화는 없었다. 황 감독의 에이전트를 통해 협상이 진행됐다. 다행히 황 감독의 고민도 길지 않았다. 제의와 수락이 닷새 만에 이루어질 정도로 일사천리였다. 프랑스에서 24일 오전 귀국한 황 감독은 이날 오찬을 겸해 구단 수뇌부와 상견례를 가졌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세대의 사령탑 바통터치다. 최용수와 황선홍, 전설과 전설의 '파워 시프트'다. 두 사령탑 모두 현역에 이어 지도자로서도 성공 시대를 걷고 있다. 최 감독은 2012년, 황 감독은 2013년 각각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FA컵에서도 두 감독 모두 정상에 입맞춤했다. 황 감독은 2012년과 2013년, 최 감독은 2015년 우승을 차지했다. ACL의 경우 최 감독의 최고 성적이 준우승(2013년), 황 감독은 8강(2014년)이었다. 최 감독은 서울, 황 감독은 포항에서 쌓은 금자탑이다.
최 감독은 중국에서 제2의 지도자 인생을 연다. 황 감독의 서울 시대는 27일 열린다. 이날 오후 2시 취임기자회견 후 오후 4시 선수단과 상견례를 갖는다. 황 감독은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25일 서울의 포항 원정경기는 황 감독의 숙제였다.
벤치에 감독이 없었다. 그 하나만으로 서울은 흔들렸다. 박용우 이석현 윤일록 정인환 김원식 등 미드필더와 수비가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했다. 넋나간 플레이로 패배를 자초했다. 서울은 황 감독의 친정팀인 포항에 1대2로 무릎을 꿇고 올 시즌 포항전에서 2연패를 당했다.
황 감독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는 것이 1차적인 임무다. 대대적인 변화는 혼란을 불러올 수 있지만 수술이 필요한 곳에는 칼을 대야 한다. 필요한 포지션에는 과감한 변화도 필요하다. 서울 사령탑 데뷔전이 코앞이다. 29일 성남과의 홈경기부터 그의 진가를 발휘해야 한다.
황 감독과 최 감독은 K리그에서 뜨거운 라이벌이었다. 길이 엇갈렸고, 승부는 다시 원점이다. 둘은 과연 어떤 미래를 열까. 벤치의 힘이 풍성해지면, 한국 축구도 부자가 된다. 황 감독과 최 감독이 성공적인 지도자 인생을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