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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최용수)'가 날아간 곳에 '황새(황선홍)'가 둥지를 틀었다.
황 감독은 상견례에 앞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취임식과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사령탑이 바뀌었다. 황 감독은 '최용수 축구+α'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뜻도 공개했다. 'α'는 바로 자신이 축구하는 섬세하면서도 템포가 빠른 축구다. "최용수 감독이 워낙 팀을 잘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축구가 있다. 서울이 좀 더 역동적인 축구를 구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
꿈과 도전의 열망
황 감독은 꿈과 도전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했다. 그는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커다란 꿈을 갖고 시작했다. 코치에서부터 한 발, 한 발 꿈을 위해 전진해 왔다. 이번에 큰 결정을 하게 된 것도 그 꿈안에 포함돼 있다. FC서울 감독으로 당당하게 나가겠다"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피해가기 보다는 맞닥뜨려야 한다. 최대한 잘 할 수 있도록 능력을 검증받을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서울 감독직을 수락한 결정적인 배경은 부러움에서 출발했다. 그는 지난 연말 포항 감독직에서 물러난 후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축구 공부'를 하며 재충전했다. 최 감독은 "최용수 감독이 맨 타이를 내가 매고 있다는 것이 낯설다. 서울 감독이 될 줄 몰랐다"며 웃은 후 "서울의 감독직 제안을 받고 당황스러웠고 고민스러웠다. 포항에 남아있는 식구들과 팬들이 마음에 걸렸다. 짧은 시간이지만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유럽에 가서 보면서 생각을 해본 것이 우린 왜 바이에른 뮌헨(독일)처럼 독보적인 팀이 왜 없을까하는 의구심이었다. 어린 아이들이 가고 싶은 팀, 선수들이 플레이하고 싶은 팀 등 희망과 꿈을 주는 팀이 절실하다. 그 팀이 FC서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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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데박' 해법 그리고 첫 단추
은퇴 이후 전남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한 황 감독은 2008년 부산에서 첫 지휘봉을 잡았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포항 감독을 역임했다. 포항에서 꽃을 피웠다. 그는 두 차례의 FA컵 우승(2012, 2013년)과 한 차례의 리그 우승(2013년)을 일궈냈다. 특히 패스플레이를 통한 '스틸타카'와 외국인 없이 우승을 일궈내는 '쇄국 축구'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아킬레스건도 있었다. 외국인 선수 활용도에선 의문부호가 달렸다.
서울은 개성 만점인 데얀(몬테네그로)과 아드리아노(브라질), 오스마르(스페인), 다카하기(일본)가 포진해 있다. 기량에선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황 감독은 "서울을 택한 이유 중 하나가 같은 맥락일 수 있다. 내 한계가 외국인 선수를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라는 지적을 받았었다. 이를 검증 받아야 한다. 이 시점이 내 개인 능력을 시험해 보는 좋은 시점이라 생각한다. 능력은 탁월하다. 이런 선수들이 잘 할 수 있도록 하는게 내 임무다. 잘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 트리오의 '아데박'은 행복한 고민이다. "K리그 대표 공격진이다. 여태까지 못보던 카드인데 최대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경쟁을 유도해서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이 제 몫을 한다면 K리그 최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선수가 있었느나'는 질문에는 "데얀이다. 예전에도 데얀을 좋아했고, 아드리아노도 작년에 포항에 있을때 영입을 검토했다. 박주영도 침체기에 있지만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그 선수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 큰 숙제고, 기쁜 마음으로 호흡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데뷔전이 코앞이다. 황 감독은 29일 성남과의 홈경기를 통해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인다. "어제 저녁 성남에 가서 경기를 봤다. 부상 선수와 경고 등 미드필더에 누수가 있다. 복안은 어느 정도 서 있고, 선수들과 잘 소통하고 잘 만들어서 좋은 추억이 되도록 준비하겠다."
황 감독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가장 큰 목표로 꼽았다. 서울은 ACL과 FA컵 8강에 진출해 있고, K리그에선에서 2위(승점 30·9승3무4패)에 포진해 있다. 선두 전북(승점 32·8승8무)과의 승점 차는 2점에 불과하지만 3위 울산(승점 27·8승3무5패)도 턱밑에서 추격해오고 있다. 갈 길이 바쁘다. 긴박한 시즌 한 복판에서 '황새'의 서울 시대가 열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