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현이 터지자 포항도 살아났다

기사입력 2016-07-24 22:02



분명 위기였다.

3연승으로 본 궤도에 진입하는 듯 했던 포항은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이 좋지 않았다. 3연패 하는 동안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최진철 감독은 전술 변화로 반전을 노렸지만 허사였다. 심동운도 최근 주춤하는 모습이고, 이광혁도 무더위가 본격화되자 페이스를 잃었다. 무엇보다 '주포' 양동현(31)의 컨디션 난조가 두드러졌다. 최 감독도 "양동현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 다른 선수를 투입하고 싶은데 여의치 않다"고 답답해했다. 라자르와 최호주가 백업으로 있지만 득점력에서 미덥지 못하다. 인천전까지 패한다면 순위는 더욱 추락할 수 있었다. 결국 양동현을 믿는 수 밖에 없었다.

최 감독의 믿음이 옳았다. 양동현은 골잡이 답게 가장 절실한 순간, 가장 필요한 골을 팀에 선물했다. 양동현은 23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인천과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에서 멀티골을 기록했다. 전반 43분 심동운의 패스를 받아 감각적인 감아차기로 결승골을 넣은 양동현은 후반 34분 조병국을 따돌리고 여유있는 오른발 슈팅으로 쐐기골을 넣었다. 양동현의 시즌 10번째 골이었다. 포항은 양동현의 맹활약과 룰리냐의 데뷔골을 묶어 3대1 승리를 거뒀다. 포항은 상위 스플릿 진출의 희망을 이어갔다.

양동현은 이날 원톱의 진수를 보였다. 포스트플레이로 좌우 날개에 공간을 만들어줬고, 활발한 포지션 체인지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연계에서도 만점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양동현이 존재감을 과시하자 좌우 측면에 포진한 심동운, 룰리냐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투톱으로 변신 후에는 부진하던 라자르의 플레이까지 살아나게 했다.

뿐만 아니었다. 골잡이 본연의 모습도 빛났다. 문전 앞에서 차분한 플레이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두 골 모두 피니시 능력이 돋보인 감각적인 득점이었다.

양동현은 데뷔 후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다. 양동현은 K리그 정상급 공격수였지만 이름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2011년이 유일했다. 당시 부산에서 뛰던 양동현은 31경기서 11골을 넣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울산을 떠나 포항으로 이적한 양동현은 5년만에 두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당시 31경기에서 11골을 기록한 반면, 올 시즌은 19경기만에 10골을 넣었다. 최고의 페이스다. 이쯤되면 A대표팀에 이름을 올려도 이상하지 않은 활약이다.

체력적으로 부담은 있지만 양동현은 책임감으로 부담감을 극복하고 있다. 부산, 울산 등에서 뛸 당시 멘탈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포항에서는 다르다. 한단계 성숙한 모습으로 베테랑의 품격을 보이고 있다. 최 감독도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주고 있는 양동현의 모습에 엄지를 치켜올리고 있다. 물론 골잡이 본연의 임무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상대의 집중견제, 체력적 부담감 등이 양동현의 어깨를 누르고 있지만 넘어야 한다. 양동현이 터져야 포항이 살기 때문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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