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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 전북의 독주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전북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좋은 선수들을 독식했다. 투자한 팀이 성적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문제는 다른 팀들이다. 견제는 고사하고 뒷걸음질 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수치가 있다. 2위 서울과 최하위 수원FC(승점 19)의 승점차는 불과 15점이다. 서울과 수원FC 사이에 무려 9팀이 촘촘히 붙어 있다. 지난 16년간 7월31일 기준으로 2위와 최하위간 승점차를 비교해보니 4번째로 작은 숫자였다. 그 보다 밑에 있는 2002년(승점차 7)에는 10개팀 체제였고, 2004년(승점차 11)과 2006년(승점차 13)은 전후기리그 체제였다. 현재와 비슷한 단일리그 기준으로는 가장 적은 승점차다.
이는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최 감독의 말에 답이 있다. 최 감독은 24일 울산전을 앞두고 "K리그가 하향평준화가 되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승점 40점대 팀들이 더 나와줘야 한다. 하지만 올 해 유독 차이가 난다. 다른 팀들의 경기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리그 순위표를 들여다보면 최 감독의 말은 일리가 있다. 전북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서울, 포항, 수원 등이 승점쌓기에 실패하고 있다. 포항은 그룹B, 수원은 아예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리그를 주도해야 할 팀들이 줄줄이 추락하며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상대적으로 하위권팀들이 이득을 보며 순위싸움이 혼탁해졌다.
연승 한번에 단숨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권, 연패 한번에 강등권으로 추락할 수 있는 리그는 그렇게 건전한 리그가 아니다. 바이에른 뮌헨이 득세하는 독일 분데스리가도, 유벤투스가 우뚝선 이탈리아 세리에A에도 질서가 있다. 전북의 독주 속에 숨은 하향평준화, 모두가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숙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