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독주 속에 숨은 고민 '하향평준화'

기사입력 2016-07-25 18:28



'선두' 전북의 독주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전북이 역대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전북(승점 48)과 2위 서울(승점 34)의 승점차는 무려 14점이다. 과거 기록을 보면 이 차이가 얼마나 큰지 잘 알 수 있다. 올 시즌은 7월31일 기점으로 1위팀과 2위팀 사이의 승점차이가 역대 가장 큰 시즌이다. 두번째는 2015년과 2006년에 있었는데 당시 1, 2위팀의 승점차는 10점이었다. 최강희 감독이 전북을 맡으며 가장 완벽한 시즌이라고 자신하는 2011년 조차 2위와의 승점차는 6점에 불과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전북이 아직 베스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 감독 스스로도 "경기력에서는 완벽하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은 개막 후 22경기 동안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다. 완전치 못한 경기력만으로도 무패 행진 중인데 전북의 앞길에는 호재가 가득하다. 시즌 초 가계약 했던 에두가 돌아왔고, 9월에는 신형민 이승기가 가세한다. 부상한 이동국 한교원 김창수 등까지 복귀한다면 전북은 그야말로 완전무결한 팀이 된다. 물론 '승점 삭감'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기는 하다. 전북은 '심판 매수 의혹'으로 다음달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에 회부될 에정이다. 승점이 감점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승점이 감점되더라도 우승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

전북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좋은 선수들을 독식했다. 투자한 팀이 성적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문제는 다른 팀들이다. 견제는 고사하고 뒷걸음질 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수치가 있다. 2위 서울과 최하위 수원FC(승점 19)의 승점차는 불과 15점이다. 서울과 수원FC 사이에 무려 9팀이 촘촘히 붙어 있다. 지난 16년간 7월31일 기준으로 2위와 최하위간 승점차를 비교해보니 4번째로 작은 숫자였다. 그 보다 밑에 있는 2002년(승점차 7)에는 10개팀 체제였고, 2004년(승점차 11)과 2006년(승점차 13)은 전후기리그 체제였다. 현재와 비슷한 단일리그 기준으로는 가장 적은 승점차다.

이는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최 감독의 말에 답이 있다. 최 감독은 24일 울산전을 앞두고 "K리그가 하향평준화가 되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승점 40점대 팀들이 더 나와줘야 한다. 하지만 올 해 유독 차이가 난다. 다른 팀들의 경기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리그 순위표를 들여다보면 최 감독의 말은 일리가 있다. 전북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서울, 포항, 수원 등이 승점쌓기에 실패하고 있다. 포항은 그룹B, 수원은 아예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리그를 주도해야 할 팀들이 줄줄이 추락하며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상대적으로 하위권팀들이 이득을 보며 순위싸움이 혼탁해졌다.

물론 단순한 승점계산만으로 하향평준화로 결론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K리그는 예전에도 선두권과 하위권팀들의 경기력은 종이 한장 차이였다. K리그가 아시아 최강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리그 내 치열한 경쟁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치열함이 아닌 상위권팀들의 질적 하락이 더 큰 이유로 보인다. 수원과 포항은 주축 선수들을 모두 잃었다. 차이를 만들어 줄 수준급의 외국인선수들도 없다. 결국 기존의 선수들로 버텨야 하는데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면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연승 한번에 단숨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권, 연패 한번에 강등권으로 추락할 수 있는 리그는 그렇게 건전한 리그가 아니다. 바이에른 뮌헨이 득세하는 독일 분데스리가도, 유벤투스가 우뚝선 이탈리아 세리에A에도 질서가 있다. 전북의 독주 속에 숨은 하향평준화, 모두가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숙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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