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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나니 기분이 이상했다."
1993년 포항의 전신인 포철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한 황선홍 감독은 적장이 돼서 친정팀과 실력을 겨뤘다. 그러나 마냥 감상에 젖어있을 수만은 없었다. 황 감독은 부임 후 치른 리그 6경기에서 1승1무4패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승점 3점을 사이에 두고 외나무 다리에서 친정팀과 만난 황 감독은 이날 경기 내내 굳은 표정으로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승리가 확정된 뒤에야 웃음을 보였다.
이어 "벤치에서 경기를 본 것은 차분해지려고 했기 때문이다. 교체 타이밍 등은 어느정도 계획이 돼 있던 것이다. 게다가 선제골을 넣고 유리한 상황에 있었기에 준비한 대로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친정팀을 상대로 서울 사령탑 부임 후 홈 첫 승리를 챙긴 황 감독은 "경기 준비할 때 친정팀 만나는 것은 접어뒀다. 승리가 필요해서 이기는데 집중했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끝나고 포항 선수들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선수들이다. 양팀 선수가 최선을 다해줬다. 앞으로 포항도 좋은 경기 했으면 좋겠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날 승리로 연패 탈출에 성공한 서울은 8월 4일 성남전에서 연승에 도전한다. 황 감독은 "가면 갈수록 치열해질 것 같다. 경기장 나가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준비를 잘해서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게 예의라고 생각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상암=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