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치킨게임, '현대家 더비'답지 않았다

기사입력 2016-08-03 22:03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전북과 울산, '현대家'로 묶여있는 형제 구단이다. 전북은 현대자동차, 울산은 현대중공업이 모기업이다.

양팀이 충돌하는 '현대家 더비'는 K리그 명품 더비 중 하나로 꼽힌다.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승리 외에도 모기업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혈투를 펼친다.

역대 '현대家 더비' 중 최고의 경기는 2011년이었다. 전북과 울산은 6강 토너먼트의 맨 마지막에 만났다. 챔피언결정전이었다. 당시 최강희 전북 감독이 만들어낸 '닥공(닥치고 공격)'과 울산을 이끌던 김호곤 전 감독의 '철퇴축구'는 만남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경기의 질도 높았다. 무엇보다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팀도, 밀리는 팀도 없었다.

하지만 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전북-울산의 K리그 클래식 24라운드 경기는 과거와 사뭇 달랐다. 혈투는 혈투였다. 그러나 울산이 일방적으로 당했다. 한 마디로 전북의 원사이드 게임 수준이었다.

상황은 극과 극이긴 했다. 전북은 최근 물오른 경기력을 펼치고 있었다. 특히 지난달 30일 광주전에서 K리그 23경기 연속 무패 신기록을 작성하면서 최다 무패 행진의 부담에서 벗어났다. 울산은 절실했다. 최근 3연패였다. 부진 탈출이 급선무였다.

결과는 1대1 무승부. 양팀 모두 후반 추가시간에 골 맛을 봤다. 전북의 이동국이 그림 같은 발리 슛으로 앞서갔지만 경기 종료를 앞두고 울산의 프랑스 출신 멘디가 극적인 버저비터 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렇다고 해도 울산은 90분 내내 전북의 공격을 막아내는데 급급한 경기를 했다. 전북의 달라진 조직력에 90분 내내 힘 한 번 써보지 못했다. 롱킥을 통한 공격루트는 단순했고, 밀집수비로 간신히 전북의 막강 화력을 막아내는 모습이었다.

윤정환 울산 감독은 조급함을 지적했다. 윤 감독은 "최근 3연패를 하면서 수비에 대한 부분을 정리했다. 그러다 보니 역습 형태의 공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이 어느 팀과 경기를 하든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너무 급한 나머지 쉽게 공을 빼앗기는 상황이 나왔다. 아쉽다"고 밝혔다.

윤 감독은 롱킥에 대한 부분도 꼬집었다. 윤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멘디의 머리만 보고 올리더라. 멘디의 다양한 장점을 이용해야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경기력이 전북으로 기운 '현대家 더비'의 추는 다시 돌려놓을 수 있을까.

전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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