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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망쳤는데 성적표를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사인을 받아와야 하는 상황, 다들 한번쯤 있으실겁니다.
자유형 200m까지 실패하며 박태환의 명예회복은 저만큼 멀어졌습니다. 남은 자유형 100m, 1500m는 전성기 시절에도 올림픽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했던 종목입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안긴 자유형 200m가 마지막 기회였던만큼 이를 악물었습니다. 전날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더 힘차게 물살을 저었습니다. 하지만 의욕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가 금지 약물로 인한 징계와 대표 복귀를 위한 시간을 보내는 사이 수영계는 많이 달라져있었습니다. 예선 분위기는 달라졌고, 선수들의 실력도 상향평준화 됐습니다. 더 큰 문제는 박태환이 정체돼 있었다는 점이죠. 박태환도 이를 인정했습니다. "올림픽 같은 큰 무대를 2년 동안 치르지 못하다보니 흐름을 놓친 것 같아요. 나름 파악했다고 했는데 실전은 많이 다르네요."
인간은 시련 속에서 성숙해진다고 했던가요. 박태환은 지난 2년간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이, 한뼘은 훌쩍 커진 듯 했습니다. 자기 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코칭스태프에게 가장 미안해요. 정말 열심히 해주셨거든요. 사실 400m 끝나고도 문밖에 나가기가 미안했어요. 내가 잘했어야 했는데, 기쁨을 드렸어야 하는데 아쉬워요." 어렵게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에게도 미안함을 전했습니다. "기분 좋은 뉴스를 전해드려야 어깨에 힘이 들어가실텐데 죄송해요." 오히려 기자를 향해 애써 웃음짓는 그의 모습이 더 안쓰러웠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스포츠2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