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였던 수원 '성남징크스'탈출이 주는 의미는?

기사입력 2016-09-11 20:08





"아직 웃을 때가 아니다."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은 냉정했다.

10일 성남과의 K리그 클래식 29라운드에서 2대1로 승리한 것은 수원으로선 1승 이상의 효과가 있었다.

무엇보다 고난의 혹서기를 보내고 6경기 만에 맛본 승리다. 앞선 2경기 모두 성남에 패했던 수원은 '성남 징크스'도 털어냈다. 무섭게 쫓아오고 있는 11위 수원FC의 추격권에서도 한숨 돌리게 한 경기가 이번 성남전이었다.

그런데도 서 감독은 스스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그동안 벌어놓은 게 워낙 모자라 아직도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성남 징크스' 탈출을 계기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서 감독. 이번 성남전이 주는 의미를 잘 알기에 더욱 신중한 모습이었다.

명가의 자존심 '허망하게 안 무너져'

수원은 올 시즌 내내 위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긴축재정으로 인한 전력 약화, 젊은 피의 경험 부족에 외국인 선수 복까지 없는 등 갖은 악재가 겹쳤다. 그래도 한편에서는 '명색이 전통의 명가 수원인데 그래도 허망하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희망고문'이 있었다. 그런 수원의 저력을 이번 성남전에서 보여줬다. 성남전 승리를 낙관한 이는 거의 없었다. 수원 득점의 80%를 담당하던 '염권산(염기훈-권창훈-산토스)'편대 가운데 두 핵심(염기훈 권창훈)이 빠졌기에 더욱 그랬다. 하지만 수원은 그들의 공백을 느낄 수 없을 만큼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잃지 않았다. '이번 경기에 패하면 수원FC에 쫓겨 강등권으로 몰릴 수 있다. 반대일 경우 상위그룹 희망을 살릴 수 있다'는 교차된 감정이 수원 선수들을 자극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홍 철 이용래 이정수 등 수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고참급 선수들의 활약이 더 두드러졌던 것도 이러한 파이팅 덕분이었다. 이른바 '수원은 윗물(상위그룹)에서 노는 게 친숙하다'는 자존심이다. 수원 관계자는 "큰형님이자 주장 염기훈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고참급 선수들이 주장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분담하자고 단단히 벼른 것 같다"고 말했다.

고질병 치료길 열리나…

올 시즌 수원의 최대 고질병은 선제골 이후 실점이었다. 이 때문에 까먹은 승점이 최소 20점은 된다. 서 감독은 그동안 "축구라는 게 실점은 언제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점을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도록 우리가 추가득점을 하면 되는데 기록상 슈팅시도는 좋지만 결실이 잘 나온다"는 걱정을 달고 다녔다. 이번에 완치 수준은 아니지만 고질병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이다. 이전에도 비슷한 경기 결과가 몇 차례 있었지만 내내 불안했던 그 때와는 달랐다. 10일 성남전에서 추가득점 성공으로 2-0 리드 이후 1실점을 했지만 압박을 늦추지 않은 덕에 불안감을 주지는 않았다. 염기훈 권창훈이 빠진 공백을 느끼게 하지 않은 것도 큰 소득이었다. 그동안 수원은 두 핵심이 빠진 경기에서 경기력이 좋았던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난 6월 이후 74일 만에 다시 꺼낸 스리백을 성공적으로 가동하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염기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좌편향 공격루트가 완화되며 고른 방면에서 활기를 띠었다. 홍 철과 신세계가 좌-우 윙백을 훌륭하게 소화했기에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이들 덕분에 이상호, 산토스의 공간도 많아졌다. 무엇보다 오랜 부상·재활기를 거쳐 복귀한 홍 철은 염기훈의 부상 공백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성남 징크스' 탈출도 커다란 의미다. 마지막 고질병은 '전북 징크스'다. 올 시즌 맞대결에서 전북에 2전 전패했다. 바로 다음 라운드(18일) 상대가 전북이다. 상위그룹을 향한 최대 고비이기도 하다. '성남 징크스' 탈출의 여세를 살려야 희망이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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