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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승부로 뜨거워야 할 가을이다.
한가위 연휴 '상주발 악몽'은 K리그의 현주소이자 수준이었다. '대충 대충' 의식이 화를 불렀다. 리그 휴식기간 진행한 잔디 보식 공사가 덜 끝났고, 비까지 내리자 그라운드는 엉망진창이 됐다. 만약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군데군데 맨땅인 그곳에서 1부 리그 경기를 강행했을 수도 있다. 다행히 비로 인해 민낯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K리그 사상 세 번째, 2006년 포항-제주전 이후 10년 만의 경기 연기가 선언됐다.
공기를 맞출 수 없었다면 애당초 시작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얼렁뚱땅 넘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K리그에 대한 모욕이다. 인천 원정 팬들은 '추석 교통 지옥' 속에 귀한 한나절을 길에 버린 채 달려왔다. 선수들도 명절을 잊고 땀을 흘렸다. 불가항력이 아닌 잔디 때문에 경기가 연기된 것은 유례 없는 일이자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사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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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2년 전 추석 연휴 직전이었다. 성남은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 감독을 끈질긴 구애 끝에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김 감독은 6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왔고, 강등권에서 헤매던 팀을 빠르게 안정시켰다. 2개월 만에 FA컵 우승컵까지 선물하며 '최고의 영입'이라는 찬사도 받았다. 김 감독은 지난해에도 시민구단으로는 사상 최초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진출을 이끈 데 이어 팀을 스플릿 그룹A에 안착시켰다.
성남은 올 시즌 초반 3위를 유지하며 잘 나갔다. 하지만 6월부터 하향곡선을 그렸다. 최근 7위로 떨어졌지만 반전의 기회는 남아있었다. 게다가 지난 2년간 쌓아둔 공도 있었다. 스플릿 전쟁이 한창이었지만 구단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더 가관인 점은 경질을 자진 사퇴로 포장한 사실이다. 김 감독을 두 번 죽인 셈이다. "아침에 운동장에 나갔더니 분위기가 이상하더라. 벌써 누가 누가 온다는 이야기가 퍼져있었고, 구단에서 '경질' 결정을 전했다." 김 감독의 말이 아프게 다가온다.
계약직인 감독은 '파리 목숨'이라는 말도 있다. 성적 부진으로 인한 감독 교체는 어느 리그에서나 흔히 일어난다. 하지만 이별에는 최소한의 예의가 필요하다. 성남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의 '축구정치'가 만약 이런 모습이라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전북과 FC서울이 동반 ACL 4강에 진출하며 K리그는 '아시아 최고'로 다시 우뚝섰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K리그는 여전히 후진적인 행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팬들은 냉정하다. 남은 애정을 언제든 거둘 수 있다. '역시 K리그는 안된다'는 부정적 인식이 지워지지 않는 한 결코 내일을 이야기할 수 없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