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1주일, 상주 잔디 '팬에 대한 미안함'으로 살아났다

기사입력 2016-09-25 18:10



25일 상주-제주의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가 펼쳐진 상주시민운동장.

검은 정장으로 통일한 10명의 상주 상무 프런트가 경기가 열리기 직전 그라운드에 일렬로 서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최근 잔디 작업 미완료과 폭우가 겹치면서 10년 만에 당일 경기가 취소된 것에 대해 팬들에게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지옥의 1주일'이었다. 한가위 연휴 '상주발 악몽'은 K리그의 현주소이자 수준이었다. '대충 대충' 의식이 참사를 불렀다. 지난 17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벌어지기로 했던 상주-인천전은 당일 취소됐다. 리그 휴식기간 진행한 잔디 보식공사가 덜 끝났고, 비까지 내리자 그라운드는 엉망진창이 됐다. K리그 사상 세 번째, 2006년 포항-제주전 이후 10년 만의 경기 연기 선언이었다. 반나절을 도로에 버린 인천 선수들은 물론 상주 팬들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내 평생 그렇게 많은 욕을 들은 적은 처음이었다. 수많은 악플에도 상처를 받았다." 상주 한 관계자의 고백이었다. 이 관계자는 "상황이 심각하게 흐르다 보니 '사표까지 써야 하는 것 아닌가'란 생각도 했다"며 엷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경기 취소 사태를 빚을 정도로 망가졌던 잔디 보식작업은 어느 정도 이뤄졌을까.

신뢰 회복이 먼저였다. 상주는 제주와의 홈 경기 개최를 위해 프로축구연맹의 잔디 점검에서 합격점을 받는 것이 첫 번째 순서였다. 상주는 22일 연맹의 사전점검 전까지 상주시에서 용역을 준 업체와 그라운드를 회복하는데 사력을 다했다. 구단의 모든 관계자는 예정된 잔디 보식 스케줄을 마치지 못하면 퇴근시간을 훌쩍 넘기면서도 작업을 도왔다.

한 차례 더 확인 절차가 있었다. 연맹 경기감독관은 제주전이 열리기 하루 전날인 24일 또 다시 잔디 등 경기 재개에 대한 요소를 꼼꼼히 체크했다.

경기 당일, 잔디 상태는 완벽하지 않았다. 경기 시작 2시간 전까지만 해도 잔디 보수 업체 관계자는 잔디가 없는 곳을 흙으로 메우는 작업을 계속해서 펼쳤다.


보식 상태는 85% 수준이었다. 양쪽 골대 측면 쪽에 군데군데 잔디가 패인 곳이 많았다. 잔디를 완전하게 공수하지 못한 모습이다. 선수들이 자칫 부상을 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최소한의 경기가 개최될 수 있는 수준까진 끌어올렸다. 조진호 상주 감독은 "아직 미흡한 면이 있긴 하지만 경기하는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우려는 '비'였다. 완전히 땅에 뿌리를 박지 못한 잔디는 내리는 비에 쓸려 내려갈 가능성이 높았다. 인천전 때도 잔디 보수가 미흡하긴 했지만 집중호우로 'K리그 경기장의 민낯'인 맨땅이 드러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다행히 이날 상주는 흐리긴 해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상주 관계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상주의 잔디는 팬에 대한 미안함으로 다시 살아났다.

상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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