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GK 윤보상 "죄책감 느낀다"

기사입력 2016-10-06 20:41


시련은 윤보상을 더욱 강하게 한다. 윤보상이 8월 27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에서 공을 줄 곳을 찾고 있다.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죄책감을 안 느낄 수가 없었다."

2일 광주월드컵경기장. 광주와 서울이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서 맞붙었다. 90분이 지났다. 치열한 혈투 끝에 서울이 윤일록의 막판 결승골로 2대1 승리를 거뒀다.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서울은 승점 57점으로 선두 전북(승점 60)과의 격차를 좁혔다. 광주는 그룹A 진입에 실패했다. 같은 날 전남(5위·승점 43)이 제주에 0대2로 패하고, 상주(6위·승점 42)도 전북과 1대1로 비긴 터라 아쉬움이 짙었다.

서울전 패배 직후 유독 고개를 들지 못하는 선수가 있었다. 광주의 골키퍼 윤보상(23)이었다. 윤보상은 쾌활하고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 하지만 이날만큼은 그 누구보다 어두운 표정 속에 갇혀 있었다. 서울전 2실점 모두 윤보상의 손에 맞고 들어갔다. 막을 수 있었다는 미련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윤보상은 "내가 모두 막아 냈다면, 그래서 팀이 승리했다면 우리는 상위 스플릿에 안착했을 것"이라고 했다. "정말 미안하더라. 죄책감을 안 느낄 수가 없었다."

윤보상은 당시 실점 상황에 대해 "첫 번째 실점에선 상대가 워낙 좋은 슈팅을 했다. 수비수에 가려 공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며 "두 번째 실점에선 살짝 역동작에 걸렸다. 잔디 상태가 좋았다면 미끄러지지 않고 제대로 막을 수 있었는데, 잔디가 많이 파이면서 힘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 변명이다. 내가 더 뛰어난 선수였다면 막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아쉬움의 무게에 눌려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의미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새로 다가올 것들을 위해 훌훌 털고 일어섰다. 윤보상은 "이 모든 것이 골키퍼의 숙명이다. 이런 부담감을 이겨내기 위해 더 많이 뛰고, 땀을 흘린다"며 "비록 그룹B지만 리그가 끝난 게 아니다. 이제 잔류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광주는 서울전을 마친 뒤 6일까지 선수단에 휴가를 줬다. 전진을 위한 휴식이었다. 윤보상은 경기도 평택에 있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윤보상은 "다가올 경기에 최선을 다 하기 위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며 "부모님께서는 현재 상황에 대해 따로 말씀을 꺼내지 않으셨다. 내가 안정을 찾게끔 배려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재충전을 마친 윤보상. 이제 앞만 보고 달릴 일만 남았다. 윤보상은 "뼈 아픈 일들이지만 모두 지나간 과거다. 얽매이면 안 된다"며 "실점을 밑거름 삼아 더 발전된 모습을 팬들께 보여드려야 한다. 그것만이 나에게 기회를 준 광주에도 보답하고 헌신하는 길"이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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