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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보다 무서운 것은 두려움이다.
하지만 시간을 조금 되돌려 보자. 지난달 1일. 한국과 중국의 최종예선 1차전이 벌어졌다. 슈틸리케호가 3대2로 이겼다. 결과는 승리였다. 하지만 과정엔 물음표가 붙었다. 공한증의 의미가 옅어졌다. 중국의 현주소는 최악이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전 당시 중국은 제법 매서웠다. '할 수 있다'는 도전 의식이 느껴졌다.
슈틸리케호는 11일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이란과 최종예선 4차전을 치렀다. 0대1로 패했다. 이로써 최근 이란전 4연패에 빠졌다. 역대 이란 원정 전적도 2무5패가 됐다. 최초 이란 원정 첫 승 꿈이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 패배는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이란전을 치르기 전 선수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말은 "지금까지 경기력은 좋았지만 우리가 득점하지 못했고 막판에 실점을 해서 패했다"였다. 그래서 선수들은 강한 정신력과 끈기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날 A대표팀은 무기력했다. 이란의 강한 압박에 활로를 찾지 못했다. 중원은 잠식됐고 공격은 무뎠다. 버텨야 할 상황에서 쓰러졌다. 앞으로 뻗어야 할 공은 뒤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전과 가장 달랐던 부분은 실수 후 고개를 숙이는 장면들이 자주 나왔다는 점이다. 공을 빼앗기거나 패스 미스를 했을 때 자책하듯 고개를 숙이는 경우가 잦았다. 이는 자신감 저하를 나타내는 명확한 신호다. 그라운드의 이란 선수 11명이 봤고, 8만여 이란 관중들이 목격했다. 상황이 이러한데 주도권을 되찾길 바라는 건 과욕이다.
선수들도 인정했다. 손흥민(24·토트넘)은 "초반에 경기운영을 못해 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이란전은 항상 쉽지 않기 때문에 자신감이 중요했다. 하지만 의기소침한 플레이를 해 아쉽다"고 했다. 기성용(27·스완지시티)도 "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아쉽지만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했던 것은 우리가 반성해야 한다"며 "이란에 비해 경기 운영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공한증이라는 말로 중국을 낮춰 봤던 한국이다. 이란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볼까.
테헤란(이란)=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