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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 전이었다.
협회는 욕심이 많았다. 9회 연속 월드컵 진출 외에도 공정한 기준에 의한 선수 발탁, 한국 유소년축구 발전 자문, 우수한 축구시스템을 갖춘 독일축구와의 협력 등 많은 부분을 슈틸리케 감독에게 기대했다. 그에 걸맞게 전폭적인 권한을 부여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후, 협회는 부메랑을 맞고 있는 모습이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부여한 너무 많은 권한 때문에 본전도 찾지 못하는 듯하다. 질 높은 경기력, 우수한 유소년 육성도 있지만 팬들의 최우선 바람은 러시아월드컵 본선 무대에 선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11일 '이란 원정 쇼크'로 그 희망의 불빛이 서서히 흐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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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가 선임한 카를로스 알베르토 아르무아 코치에 대한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수석코치로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하고 있지만 그저 '피지컬 코치'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르무아 수석코치와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전술·전략가로 알려진 아르무아 코치가 정작 전술·전략을 조언할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피부로 직접 느끼는 선수들이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부족한 코치수를 채우려는 노력이 없다.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는 코치가 아직 지도자 A급 자격을 따지 못해 그를 기다린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현실을 외면한 채 이상만을 바라보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이다.
이처럼 슈틸리케 감독이 눈과 귀를 닫고 대표팀을 독선적으로 운영할 때 협회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물론 할 말이 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특히 기술위원회는 협회의 독립기구다. 별도의 외부 입김이 작용해선 안된다. 하지만 예외의 사정이란 것도 있다. 대표팀 내부사정이 매끄럽지 못하면 협회가 감독에게 제동을 걸어줘야 한다. 만일 한국이 러시아월드컵 진출에 실패할 경우 협회는 모든 유탄을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협회 고위관계자는 고작 3~4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는 협회도 '오케이'만이 능사가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노'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