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클래식 잔류 희망적인 이유...거친 플레이?

기사입력 2016-10-17 21:11





"전반에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상대가 거칠게 나오면 파울을 하지 않는 선에서 맞서 몸싸움을 하라고 주문했다."

성남의 구상범 감독대행이 16일 인천전(0대0 무)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하프타임 라커룸 미팅 때 지시한 내용을 전한 말이다.

인천 선수들의 저돌적인 플레이에 위축된 성남 선수들을 보기가 안타까웠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것이 구 감독대행 말대로 성남은 인천전 전반에 좋지 않은 상황을 연거푸 맞았다. 부상으로 인해 예기치 않은 교체카드 2장을 허비했다.

전반 23분 성남의 왼측면 수비수 박진포가 김경민과 충돌한 뒤 허벅지 통증으로 이태희와 교체됐고, 43분에는 중앙 수비 장석원이 권완규와 충돌한 뒤 실려나갔다. 특히 장석원은 병원 진단 결과 쇄골뼈가 부러져 올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후반 29분에는 역습 돌파를 하던 인천 송시우를 향해 임채민이 거칠게 태클을 했다가 논란을 불렀다. 인천 팬들은 임채민의 태클이 동업자 정신을 위배한 과격 동작이라며 인천 구단 측에 사과를 받아내라고 성토했다.

이처럼 성남과 인천은 전반 8분 윤상호(인천)와 최호정(성남)의 감정싸움을 시작으로 내내 거친 몸싸움을 주고 받았다. 스코어는 무득점으로 볼 게 없었지만 적어도 필드에서 그들끼리는 혈투가 펼쳐졌다.

구 감독대행이 "맞서 대응하라"고 주문한 데서 알 수 있듯 거친 플레이는 사실상 인천이 주도했다. '매너-비매너'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의 투지가 그만큼 살아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축구는 농구와 마찬가지로 상대 선수와의 정당한 신체접촉을 허용한다. 경고-퇴장 수준의 비신사적인 행위가 아니면 상대 공격을 저지하고 유리한 공격 루트를 선점하려는 적절한 파울은 일종의 기술이다.

상대 선수와 접촉하지 않으려고 이른바 '예쁘게' 공을 찬다고 해서 칭찬받을 일이 아니다. 축구와 농구에서 웬만한 거친 플레이가 용인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천이 최근 거친 플레이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히트 상품이었던 '늑대축구'는 외인구단같은 인천 선수들 특유의 근성에서 비롯됐다. 그 근성은 많이 뛰고, 지치지 않는 저돌적인 투지로 요약된다. 인천은 저돌적인 투지의 결과물로 실점과 파울을 꼽았다. 2015년 시즌 인천은 12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은 실점을 기록한 '짠물수비'의 대명사였다. 총 득점은 35골로 하위권이었지만, 실점은 32골로 포항과 함께 최소 실점팀이었다. 강등권 추락의 예상을 뒤엎고 시즌 전체 8위로 마감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현재까지는 총 46실점으로 성남과 함께 7번째로 많다. 리그 순위표에서 11위에 머물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최근 6경기 3승3무 과정에서 크게 달라졌다. 12개 구단 가운데 무실점 경기가 4번으로 전남과 함께 가장 많고 6경기 4실점으로 FC서울, 전남과 최소 실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파울을 범한 횟수도 6경기 86개로 선두 전북(92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인천 특유의 늑대 근성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천은 지난해 경기당 파울 16.1개, 경고 2.3회로 클래식 리그에서 가장 저돌적인 팀이었다.

남은 경기 클래식 잔류에 목을 맨 인천. 살아나는 거친 플레이는 희망 요소가 될 수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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