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이슈분석]'원톱' 손흥민 득보다 더 많은 실은?

기사입력 2016-10-23 11:42


ⓒAFPBBNews = News1

[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손흥민 원톱' 카드는 분명 매력적일 수 있다. 특히 현재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에게는 거부하기 힘든 카드다. 해리 케인은 부상 중이다. 빈센트 얀센은 생각보다 활약이 덜하다. 손흥민은 활동량이 많다. 활동반경도 다양하다. 전방 압박도 좋다. 날카로운 슈팅 한방도 갖추고 있다. 맨시티와의 홈경기에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이후 손흥민 원톱 카드는 그리 신통치 못했다. 레버쿠젠 원정경기에서는 후반 중반 이후 손흥민 원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승리가 없었다. 22일 본머스전에서는 손흥민을 원톱으로 냈다. 역시 승리가 없었다. 손흥민 원톱 자체는 괜찮다. 다만 팀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득보다는 실이 많다.

일단 동선이 겹친다. 손흥민이 원톱으로 나서면 2선에는 통상적으로 에릭 라멜라,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선다. 에릭센은 연결 고리다. 문제는 라멜라와 알리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두 선수 모두 안으로 치고 들어가는 스타일이다. 일단 볼을 잡으면 드리블부터 생각한다. 본성적으로 화려한 플레이를 좋아한다. 이들이 볼을 몰고 치고 들어오면 손흥민은 갈 곳이 마땅치 않다. 측면으로 빠지거나 다른 공간으로 가야 한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패스 부재다. 손흥민이 애써 공간으로 들어가더라고 패스가 잘 오지 않는다. 특히 라멜라의 경우 일단 자신의 골부터 생각한다. 어렵사리 돌파해 들어갔는데 죽은 공간이다. 손흥민 등 다른 선수에게 패스하면 될 상황이다. 그런데 굳이 슈팅을 고집한다. 결국 애써 만든 기회를 날려버린다. 본머스전 후반 6분과 13분이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토트넘이 보여준 찬스 무산의 전형적인 사례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의 팀장악력도 생각해봐야 한다. 만약 케인이었으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그만큼 원톱으로서 손흥민은 케인의 위상과 장악력에 미치지 못한다.

두번째 '실'은 수비 뒷공간 침투의 실종이다. 손흥민은 측면에 있을 때 가장 효과적이다. 그 중에서도 측면 수비수 뒷공간 침투에 능하다. 최후방 수비수나 수비형 미드필더가 한번에 찔러주는 롱패스에 맞춰 수비 뒤에서 숨어 침투하는 방식이다. 그 선수들과의 호흡을 통해 기회를 만든다. 함부르크, 레버쿠젠 시절부터 보여왔던 손흥민의 특기다. 토트넘으로 이적한 뒤에는 토비 알더베이럴트와 이런 모습을 보였다. 본머스전에서도 한 번 나왔다. 전반 29분이었다. 얀 베르통언이 볼을 잡았다. 손흥민은 오른쪽 수비수 뒤에서 뛰었다. 베르통언이 길게 패스했다. 손흥민은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 공간에서 볼을 받아 기회를 만들었다. 부심이 기를 들었다. 오프사이드였다. 느린 화면상으로 봤을 때는 동일 선상이었다. 오심이 아니었다면 골로 연결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손흥민이 측면에 있었더라면 더욱 많이 나올 수 있는 장면이었다.

마지막으로 최전방 볼흐름이 거칠어진다. 측면에 섰을 때 손흥민은 무리를 많이 하지 않는다. 드리블로 볼을 질질 끌기보다는 패스를 내주고 받는 것을 선호한다. 확실한 상황일 때만 드리블로 돌파한다. 그 때문에 토트넘의 전방 볼흐름은 유려해진다. 손흥민의 간결한 플레이가 팀 전술에 도움을 주는 셈이다. 반면 최전방에 서면 이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에릭센 한 명 밖에 없다. 볼 흐름이 둔탁해질 수 밖에 없다. 전체적인 예리함도 떨어지게 된다. 결국 손흥민의 최적 포지션은 측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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