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선택은 감독의 몫, FC서울 모험의 아쉬움

기사입력 2016-10-23 20:29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ACL)' 4강 2차전 FC서울과 전북현대 경기가 19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FC서울 황선홍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상암=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10.19.

전북 현대와 FC서울은 사흘 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4강 2차전을 치렀다.

99%의 전북, 1% 서울의 싸움이었다. 기적은 없었다. 전북이 1대2로 패했지만 1차전 4대1 완승을 앞세워 결승에 진출했다. 내용에서도 온도 차가 있었다. 2골 차 이하로 패하더라도 피날레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전북은 흐름을 조절할 수 있었다. 반면 3골 차 이상으로 승리해야 했던 서울은 눈을 돌릴 곳이 없었다.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야 했다. 체력 누수는 서울이 더 심했다.

전북과 서울이 22일 다시 무대에 올랐다.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그룹A 스플릿 두 번째 라운드였다. 두 팀의 다음 행보는 또 달랐다. FA컵에서 탈락한 전북은 일주일 간의 휴식이 있었다. 반면 서울은 나흘 뒤인 26일 부천FC(챌린지)와의 FA컵 4강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북의 변신, 서울의 모험

논란은 있지만 전북의 승점 9점 삭감은 현실이다. K리그는 새 판이 짜여졌다. 서울도 '우승 기회'를 잡았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1등은 역사에 남는다. 2등은 지워진다.

전북은 울산 원정길에 올랐다. 흐름상 전북이 무리수를 둘 수 있었지만 정상적인 루트를 밟았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권순태 임종은 김창수를 제외하고 8명의 새 얼굴로 베스트 11을 꾸렸다.

서울은 상주 상무와의 홈경기였다. '샌드위치' 여정이었던 황선홍 서울 감독은 상주전을 앞두고 "지금은 안정보다 모험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하지만 체력적인 부담을 지우기 위해선 지혜가 필요했다. 경고음이 켜진 몇몇 포지션의 로테이션이 불가피했지만 황 감독은 '직진 카드'를 꺼내들었다. 경고누적인 김치우의 자리에 고광민을 채웠을 뿐 전북전과 비교해 베스트 11에 변화가 없었다.


전북 최강희 감독과 서울 황선홍 감독이 1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016 스플릿 라운드 그룹A 미디어데이에서 포토타임을 갖고있다. 오는 15일 부터 펼쳐지는 스플릿 라운드는 팀당 다섯 경기씩 총 5라운드를 치러 올 시즌 최종순위를 가린다. 최종 38라운드 후 그룹 A(1~6위)의 1위팀이 우승의 영예를 안게 된다.
신문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10.12/
같은 듯 다른 승점 1점


20분 먼저 경기를 시작한 전북은 울산과 득점없이 비겼다. 후반 김신욱, 로페즈, 이동국을 차례로 수혈했지만 골문을 열지 못했다. 승점 1점을 챙기는 데 만족해야 했다.

서울이 선두 탈환의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군팀인 상주는 그룹A 진출로 올 시즌의 목표를 달성했다. 밑져야 본전이었다. 반면 서울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일전이었다. 상대도 상대지만 홈이었다. 전북과의 K리그 최종전이 원정경기란 점도 감안해야 했다.

출발은 좋았다. 전반 8분 아드리아노가 선제골을 터트렸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체력적인 부담이 선수들의 발걸음을 짓눌렸다. 상주가 반사이익을 누렸다. 전반 21분과 후반 16분 연속골을 터트리며 역전에 성공했다. 아드리아노가 후반 27분 자신이 얻은 페널티킥을 동점골로 성공시켜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렸지만 전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2대2, 눈물의 승점 1점이었다. 선수 등극도 허공으로 날아갔다. 전북과 서울은 승점 61점으로 다시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다득점(62골)까지 같아 골득실(전북 +24, 서울 +17) 차로 1, 2위가 그대로 유지됐다.

선택은 감독의 몫

서울은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결국 선택은 감독의 몫이다. 결과적으로 황 감독의 패착이었다. 말이 '아데박(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 트리오'지, 데얀과 박주영의 경우 전북전도 그랬고, 이날도 정상이 아니었다. 개성이 강한 선수들이라 늘 독이 될 수 있는 조합이다. 벤치에서 대기한 심우연은 부름을 받지 못했고, 윤주태는 또 다시 엔트리에 제외됐다.

황 감독은 4-3-3으로 출발해 후반 시작과 함께 4-4-2를 가동했다. 오스마르와 고요한의 경우 미드필더로 시작해 후반 각각 중앙 수비와 오른쪽 풀백으로 이동했다. 오스마르는 차치하고 공격에 초첨을 맞췄다면 전반부터 고요한을 오른쪽 풀백에 기용했어야 했다. 전북전을 건너 뛴 중앙 미드필더 다카하기와 이석현을 후반 교체투입한 것도 아쉬운 판단이었다. 둘 중 한 명은 선발로 내세워도 나쁘지 않았다. 황 감독은 "체력적인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3경기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더 큰 경기를 앞두고 스리톱의 조합과 이들의 수비 가담 등 여러가지를 확인해야 했다. 어느 정도 윤곽은 잡히고 있다. 멤버 구성을 더 생각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문은 더 좁아졌다. 전북은 한숨을 돌렸다. 로테이션도 탄력을 받았다. 황 감독은 "어렵다. (선두 등극에)기대도 많이 했지만 또 다시 동등한 입장이 됐다. 3경기 밖에 남지 않았다. 방법이 없다. 끝까지 간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다. 한 경기 한 경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최 감독은 "이제 3경기 남았는데 부상, 징계, 컨디션 난조를 보인 선수들이 돌아온다. 다 이겨야 우승이 가능하다. 정상적으로 운영해 모두 이기겠다"고 강조했다.

두 감독의 말대로 올 시즌 K리그는 3라운드를 남겨두고 있다. 매 경기가 선택이다. 선택에는 분명 책임도 뒤따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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