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의 센터서클]'프로의 꽃' 승강 전쟁, K리그에는 언제쯤 꽃이 필까

기사입력 2016-10-26 21:48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최대 화제는 역시 창단 132년 만에 첫 우승을 일군 레스터시티의 기적이었다.

우승 확률이 5000분의 1에 불과한 '그저 그런 구단'이 EPL 정상에 올랐다. 레스터시티는 1884년 세상에 나왔다. 그들이 주로 누빈 무대는 1부가 아닌 하부 리그였다. 2008~2009시즌에는 3부 리그까지 떨어졌다. 2009~2013시즌까지 2부 리그를 맴돌다 2013~2014시즌 우승하며 EPL로 승격했다. 그리고 두 시즌 만에 EPL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환희가 있으면 눈물도 있다. 이청용(크리스탈팰리스)의 EPL 데뷔팀 볼턴은 국내 팬들에게도 꽤 친숙하다. 그러나 볼턴은 현재 EPL은 물론 2부에도 없다. 2016~2017시즌 3부로 추락했다.

승격과 강등은 프로축구 세계의 숙명이자 삶이다. 클럽 축구의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 프로축구는 먼 길을 돌아왔다. 1983년 첫 발을 뗀 K리그는 출범 30년 만인 2013년 승강제가 도입됐다. 사전정지 작업을 거쳐 1부인 클래식(14개팀)과 2부인 챌린지(8개팀)로 나뉘어 첫 시즌을 치렀다. 2014년 클래식 12개팀, 챌린지 10개팀으로 진용이 꾸려진 데 이어 2015년 서울 이랜드가 챌린지에 가세하면서 '12-11 체제'가 구축됐다.

승강제에 따른 양적 팽창의 그늘도 있지만 어떻게든 뛰어넘어야 할 숙제다. 올해로 벌써 4번째 시즌을 맞았다. 어느덧 끝지점에 다다랐다. 챌린지 승격 전쟁은 매 시즌 불꽃이 튄다. 올 시즌도 달콤, 살벌하다.

챌린지 최종전은 30일 오후 2시 전국 5개 구장에서 동시에 휘슬이 울린다. 현재 선두는 승점 67점의 안산 무궁화다. 챌린지 우승팀은 내년 시즌 클래식에 직행하지만 올해는 예외가 될 수 있다. 경찰팀인 안산이 시민구단으로 전환하면서 2부에 머물기로 했다. 올 시즌은 안산을 제외한 최상위 팀이 클래식에 직행한다. 또 안산과 자동 승격팀을 제외한 상위 3개팀이 승격 플레이오프(PO)에 참가한다. 현재의 구도라면 2위가 직행 티켓을 거머쥐고, 3~5위가 PO에 진출한다.

물론 최후의 순간까지 운명을 알 수 없다. 2위 대구는 안산과 승점이 똑같다. 다득점(안산·54골, 대구·52골)에서 뒤져 바로 밑에 포진했다. 안방에서 대전과 최종전을 치르는 대구는 결과에 따라 챌린지 우승도 차지할 수 있다. 프로축구연맹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결말에 우승컵을 '두 개' 준비했다. 하나는 대구로, 다른 하나는 안산이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안양으로 향한다.

안산과 대구 뿐이 아니다. 승점 65점인 3위 강원도 정상 등극의 기회가 있다. 안산과 대구가 모두 패하고 강원이 승리하면 우승 팀이 바뀐다. 다만 강원이 역전 우승할 경우에는 K리그 대상 시상식을 통해 우승컵을 전달할 계획이다.


하지만 챌린지 우승은 양념이다. 승격이 2부의 존재 이유다. 대구는 대전을 물리치면 지난해 눈앞에서 놓친 클래식 승격의 꿈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비기거나 패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강원이 이기고 대구가 비길 경우 다득점까지 계산해야 한다. 강원이 승리하고, 대구가 패하면 순위가 바뀐다. 강원은 최종전에서 경남과 만난다.

승점 64점의 4위 부산의 뒷심도 무섭다. 최근 10경기에서 무려 8승을 챙기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고 대구와 강원이 모두 패할 경우 다득점을 따져 클래식에 직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 상대가 승점 61점인 6위 서울 이랜드라 만만치 않다. 서울 이랜드도 PO 진출의 실낱 희망이 있다. 2위 싸움을 벌이다 5위로 떨어진 부천은 부산과 승점이 똑같다. 다득점(부산·52골, 부천·45골)으로 순위가 엇갈렸다. 하지만 발걸음은 무겁지 않다. 최종전에서 최하위 고양과 맞닥뜨린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PO 진출 가능성이 높다.

화제만발의 챌린지는 폭풍 전야의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더 큰 무대를 향한 그들의 도전은 이제 마침표만 남았다. 하지만 아쉬움은 있다. 챌린지를 바라보는 주목도는 여전히 바닥이라는 점이다.

관중석은 썰렁하다 못해 스산한 느낌이다. 1만명 돌파는 꿈도 못 꾼다. 네 자릿수를 기록하면 다행이고, 백 단위의 경기장이 절대 다수다. 관중 숫자를 공개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평가에 부인할 수도, 고개를 들 수도 없다.

수없이 이야기하지만 팬이 없는 프로는 존재가치가 없다. 선수들은 10월의 마지막 일요일을 위해 1년을 달려왔다. 그러나 갈 길은 여전히 아득하게 멀기만 하다. K리그 승강 전쟁의 꽃은 과연 언제쯤 필까. 모두가 고민 또 고민해야 할 과제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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