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진출' 제주, 그 속엔 '조성환 리더십'있다

기사입력 2016-11-09 21:25


P급 라이선스가 없어 수석코치로 보직이 변경된 조성환 코치. 하지만 그의 리더십은 제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 원동력이었다. 조 코치가 지난달 2일 순천팔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전남전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다 감독님의 믿음 덕분입니다."

ACL 진출권을 따내며 성공적인 시즌을 마친 제주 선수단. 싱글벙글 선수들의 표정만큼 감사하는 사람도 같다. 마치 사전에 입을 맞춘듯 한결같이 언급하는 이름, 조성환 수석코치(46)다. 단순한 예의상 코멘트가 아니다. 진심이 담겨있다.

조 코치는 제주 감독이었다. P급 라이선스 문제로 김인수 감독이 사령탑에 앉고 조 코치는 수석코치로 보직이 변경됐다. 웃지 못할 촌극이었다. 그러나 조 코치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는 변함이 없었다. 조 코치 특유의 리더십 때문이다.

조 코치의 선수 사랑은 유별나다. 누구 하나 쉽게 대하는 법이 없다. 어려움을 겪는 선수를 절대 외면하지 않는다. 조 코치는 2016년 K리그 클래식 초반 팀 적응에 고전하던 김호남과 면담을 했다. 당시 김호남은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난조를 보였다. 이적 첫 해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조 코치는 김호남의 괴로움을 관심으로 어루만졌다. 김호남은 "그 때 감독님과 면담하면서 울컥했다"고 회상했다. 김호남은 비록 주전급으로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리그 8골을 올리며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올해 K리그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안현범도 "믿음을 주신 감독님 덕분에 올 시즌 잘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안현범은 5월 무릎 연골이 찢어지는 부상을 했다. 조 코치는 차분히 기다려줬다. 그리고 안현범이 회복하자마자 출전 기회를 보장했다. 안현범은 조 코치의 신뢰 속에 제주의 핵으로 거듭났다.

제주 선수들의 조 코치 찬가. 이게 끝이 아니다. 왼쪽 풀백 정 운 역시 조 코치의 리더십을 자신의 제주 연착륙 비결로 꼽았다. 정 운은 지난 겨울 제주에 입단했다. 이적 첫 시즌 만에 당당히 주전으로 거듭났고, 올시즌 K리그 최고의 풀백에 선정되기까지 했다. 정 운은 "적응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나를 믿어주셨다. 그 믿음에 부응하고자 더 이를 악물고 했다"고 말했다.

제주 중원의 핵 권순형도 엄지를 세웠다. 권순형은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면서 버거움을 느낀 순간들이 많았다. 팀도 우여곡절이 많았다"면서도 "그 때마다 감독님께서 분위기를 잘 이끌어주셨기 때문에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조코치를 향한 선수들의 감사 릴레이. 정작 당사자는 손사래를 친다. 조 코치는 껄껄 웃으며 "누가 물어보면 내 덕분이라 대답하라고 했다. 안 그러면 출전 안 시킨다고 했다"며 농담을 던졌다. 그러나 이내 진지한 목소리로 "오히려 내가 선수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힘든 시기를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이겨내더라"라며 "내가 특별히 한 건 없다. 다 능력 있고 성실한 선수들이기에 스스로 이겨낸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다소 어색한 코치 직함을 달고 ACL에 나서게 된 조 코치. 그는 "김인수 감독과 힘을 모아 다음 시즌 ACL에서도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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